뮤비도 등급심 대상화 “19금 딱지감 됐을 것” 한숨

누가 뭐래도 요즘 대세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30대 중반의 유부남 가수가, 그것도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비전형적인 몸매로 아이돌 스타들만의 놀이터가 된 가요 판을 뒤흔들어놓았다. ‘요새 노래’에 도통 관심없던 노·장년층도 ‘싸이가 누구냐?’라며 관심을 보일 정도다. 
강남스타일은 외국에서도 대세다. CNN 등 외신에 싸이가 등장하고, 외국 진출을 위해 미국의 유명 기획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강남스타일은 세계 최대 음악플랫폼인 애플 아이튠스 종합음원 순위 30위권에 진입하고, ‘빌보드 소셜 50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은 지난 7월15일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는데, 어느새 조회 건수가 1억3142만건(지난 10일 기준)을 넘어섰다. 구글 자료를 보면, 처음 업로드된 날 52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뒤 열흘가량 하루 20만~60만여건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2주 뒤부터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됐다. 29일 80만건, 31일 90만건, 8월2일 100만건을 돌파하더니, 광복절인 15일 200만건, 22일 300만건, 29일 400만건을 돌파했다. 이후 8월31일 이후엔 하루 500만건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에서의 조회 건수가 6076만건으로 전체의 46.2%를 차지했고, 북미(3028만건, 23.0%)와 유럽(2889만건, 22.0%)이 뒤를 이었다. 나라별로는 미국(2531만건, 19.3%)과 우리나라(1870만건, 14.2%)가 1, 2위를 기록했고, 타이(1207만건), 말레이시아(864만건), 필리핀(485만건), 대만(446만건), 싱가포르(368만건) 등 아시아 국가들과 캐나다(484만건), 오스트레일리아(314만건) 등 서구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네덜란드(291만건), 영국(264만건), 덴마크(250만건), 스웨덴(207만건), 폴란드(192만건), 핀란드(139만건)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인기가 적지 않았다. 
강남스타일이 의외의 대박을 쳤건만, 업계에서는 탄성 못지않게 한숨소리가 크다. 지난달 18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뮤직비디오도 영상물 등급심의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연예인 노홍철이 아랫배를 앞뒤로 흔들어대는 저질 댄스와 등에 문신을 한 건장한 남성, 관광버스에서 춤판을 벌이는 장면 등이 나오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법 개정 뒤 공개됐다면 어땠을까? 딱 ‘19금’ 딱지감이었을 것이다.
 
최근 한 보수언론이 강남스타일을 두고 ‘생각의 혁명이 만든 세계 1등 상품’이라고 평가해 누리꾼들을 당혹스럽게 했는데, 그 논법을 따르자면 강남스타일은 ‘규제가 좌절시킨 세계 1등 상품’이 됐을 뻔했다. 규제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죄다.
< 이순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