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Forgive and Never Forget

● 칼럼 2014. 8. 18. 16:28 Posted by SisaHan
‘용서하라, 그러나 결코 잊지마라’
무슨 큰 사건이나 일이 생겼을 때, 종종 하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처음 이곳 고등학교 역사시간에 들었다. 당시 그 말을 들으며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말이 원래 나오기는 이차대전 때, 나치 독일의 탄압, 또는 학살에 의해 큰 희생을 당한 유태인이 한 말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전대미문의 참혹한 일을 당하고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가? 더우기 내가 알기로는 유태인의 역사이기도 한 구약에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라는 복수의 사상이 담겨져 있다고 막연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민족의 대학살을 감행한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용서하고 난 다음에 절대 잊지말아야 한다는 것. 부모와 형제를 죽인 것이나, 그것도 가스실이라는 참혹한 방법으로 죽인 사실을 용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용서한다는 일이 무조건 사실을 덮어버리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 이전에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시는 그런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이스라엘이 이차대전 이후 독립된 국가를 건국한 이후, 그들은 MOSAD라는 정보부를 세웠다. 아랍권 국가에 둘러싸인 상황 아래 언제 침략을 받을지 몰라, 그 조직의 비중은 컸으리라. 그런 군사적인 목적 이외에 그들은 전세계에 흩어져 숨어살고 있는 나치 전범을 찾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 이름을 바꾸고, 심지어는 성형수술을 하여, 다른 사람으로 살고있는 이들을 몇십년이 걸려서 찾아내어 국제재판에 회부했다. 심지어는 불과 몇 해 전에도 캐나다에 숨어 사는 범죄자를 거의 죽을 때가 다 된 사람도 찾아내어 재판에 회부했다. 그 재판 과정에서 그들의 범죄 사실을 밝히는 동시에 유대인들이 당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샅샅이 밝혀진 셈이다. 사실 이런 과정을 보며 그들은 결코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령의 전범들을 악착같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찾아내어, 곧 죽을지 모를 그들을 재판에 세워 심판하는 것이....., 설사 형을 선고 받더라도 고령이 되어버린 그들에게 몇년, 몇 십년이라는 숫자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이미 지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잊지 않는 길이며 희생자에 대한 배려일까? 아니면 숨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것일까? 나아가서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언젠가는 당한다는 복수심일까?

사람들은 잊기 쉽다, 어쩌면 잊어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당했을 때, 잊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큰 아픔을 평생 가슴에 안고 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를 볼 때, 절대 용서하지 못하면서 너무 쉽게 잊어버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불과 몇 달 전에 일어난 일도 우리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린다. 밝혀야할 많은 진실이 있음에도, 진실을 밝혀 누구를 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진실도 모르면서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는가, 한국은 참 이상한 것이 사건에 사건이 뒤를 이어 터져, 그 이전의 일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제 세계에서 무슨 일이 터졌다 하면 미처 그 이유를 정확히 알기도 전에 다시 다른 일이 터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몇 해 전에 전쟁이 터져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시리아가 아직도 전쟁 중인지도 잊어버렸다. 말레시아 항공기를 떨어트려 당장에 강력한 견제를 받을 것 같은 러시아도... 그냥 하루하루 생활과 계속 터지는 다른 일로 인해 잊어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같은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진실을 모르기에 같은 성격의 사건들이 또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우발적인 사고라기 보다 인재이기에, 사회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이 같은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법과 질서가, 원리와 원칙이 지켜지는 선진국이라면 충분히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사고라는 점이다. 어느 사회나 고쳐야할 점이 있는데, 이 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져 한국사회의 단점들이 빨리 고쳐졌으면 한다. 먼저 두려워 말고, 제살을 도려내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