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폭발 당시의 후쿠시마 원전

복잡함 인간능력 뛰어넘어… 사고 땐 인간과 자연에 파멸적

후쿠시마 원전 노기술자 고백
상상 초월의 위험성 깨우쳐

사고유형 복잡 매뉴얼 불가
원인규명 없는 재가동 경고 

“나이 일흔을 넘긴 내가 앞으로 또 책을 쓸 순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유언이라 생각하고 썼다.” 2011년 3.11 방사능 유출 사고로 커다란 재앙을 몰고 온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등에서 35년 동안 원전 설계·건설·관리를 담당해온 원전 기술자 오구라 시로 씨(73)가 지난 7월 펴낸 책 <전 원전 기술자가 알리고 싶은 진정한 두려움>이 일본 사회를 깨우고 있다. <도쿄신문>은 1일 “원전 사고가 점점 잊혀지는 상황 속에서 원전 기술자만이 알 수 있는 원전의 위험과 안전의 한계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적고 있다”며 이 책을 자세히 소개했다.
 
오구라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평생 원전 현장을 지켜왔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 후쿠시마 참사로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죄책감이었다. 그는 책 서문에서 “오랜 시간 원전의 건설과 보수, 점검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을 기록해 속죄의 마음을 담으려 했다”고 적고 있다.
오구라가 주목하는 원전과 관련한 가장 큰 두려움은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의 ‘복잡함’이다. 그는 “원전의 설계와 부품 제조는 수많은 기업과 기업 내 여러 부문의 분업에 의해 이뤄진다. 그래서 원전 전체를 혼자서 이해하는 기술자는 세계에 단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구라는 1968년 일본원자력사업(이후 도시바에 합병)에 입사한 뒤 후쿠시마 제1원전 설계 등의 업무를 13년 동안 담당했다. 이후 1980년대 초 니가타현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1호기 건설 현장에 배속됐다. 그는 “이때 원전의 복잡함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복잡한 기계일수록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유형이 무수히 많아지고, 모든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오구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전원 계통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대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전이 일으킬 수 있는 사고에 인간이 완전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 원전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원전에선 한번 사고가 나면 생명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방사능 물질이 유출돼 인간과 자연계에 파멸적인 해를 끼치게 된다.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후쿠시마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지 3년 만에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는 국가와 전력회사다. 그는 “왜 이 사고가 일어났는지 아무도 이유를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기소되지도 않는다. 정부와 도쿄도는 사고가 없었다는 듯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고, 전력회사는 원전 재가동을 신청하며, 원전 제조사들은 해외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도쿄=길윤형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