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유치한 강원도 표정

"고기 잔치하며 밤 샜드래요" 주민들 들뜬 기분 역력
강릉·평창지역 음식점 등 공짜·할인행사 펼치기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강원 평창 지역은 7일 거리 곳곳에 펼침막이 내걸린 가운데 식당에선 음식을 거저 나눠주거나 절반값만 받는 등 마치 잔칫집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오전 횡계로터리 사무실에서 만난 염돈설(54) 평창군 대관령면 번영회장은 쾡한 눈으로 “새벽 4시까지 주민 300여명이 모여 돼지고기를 굽고 술을 나누며 기쁨을 만끽했다”며 “밤을 꼬박 샜는데도 피곤한 줄 모르겠다”고 흥겨워했다. 그는 “이제 10년 넘게 기다려온 꿈을 이뤘으니, 주민들이 모두 자원봉사자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도 내보였다.
번영회와 체육회 등 대관령면 단체들은 이날 오전에만 횡계나들목부터 면사무소가 있는 로터리까지 올림픽 유치를 자축하는 펼침막 25개를 내걸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오늘 안에 100개는 내걸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의 열정,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평, 이곳 평창에서 시작합니다!” 자부심과 감격이 묻어나는 알록달록 펼침막이 50m 남짓 간격으로 내걸리면서, 한산했던 시가지가 운동회 날처럼 흥청였다.

평창은 물론 강릉과 정선 등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지역에선 음식점과 목욕탕, 미용실, 다방 등 가게들이 올림픽 유치 성공을 기념해 손님들에게 절반 값만 받거나 돈을 아예 받지 않는 갖가지 축하행사를 마련해 내놓았다. 강릉시 교동의 대형 고깃집 태백가든을 운영하는 옥옥임(50)씨는 “어젯밤 강릉시청 앞에서 1차에서 한방에 유치가 확정되는 걸 보고 너무나 기뻤다”며 “술과 음료는 물론 불고기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따로 떡과 잡채까지 해서 잔칫상을 차렸다”고 말했다. 태백가든에는 600명 가까운 인파가 몰려 오후 2시30분이 넘도록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새벽까지 대관령면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 모여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기뻐하며 어울렸던 주민들은 빗발이 날리는 오후 들어 밭일에 다시 나서면서도, 얼굴에선 들뜬 기분이 역력한 듯했다.
실비를 맞아가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밭에서 김명철(59·평창군 유천리)씨는 모종판을 들고 1000평 밭고랑을 오가며 브로콜리 파종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도 “말로 다 어떻게 이 기쁨을 표시하겠냐. 발표를 기다리며 술을 한잔두잔 계속 마셨는데, ‘평창’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너무나 좋아 술이 확 깨더라”고 말했다.

김씨가 브로콜리 농사를 짓는 용산리 밭은 1평(3.3㎡)에 500만원을 호가하는 ‘노른자위’다. 10여년 전만 해도 평당 20만원에 불과했단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게 됐으니 땅값은 더 오를 터다. “땅 팔면 농삿일 그만해도 되겠다”고 했더니, “이게 내 땅이면 애초 농삿일 따윈 하지도 않았다”며 헛헛하게 웃었다.
“암 것도 모른대요. 우린 타지서 왔대요.” 겨울 오징어 손질 일을 마치고 3월부터 이곳저곳 밭일을 다닌다는 이들도 올림픽 유치를 반기는 눈치였다. 잰손을 놀리며 모종을 심던 이규옥(70·동해시 발한동)씨는 “새벽부터 이래 나와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쉬어야지 테레비 볼 시간이 어디 있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곁에 있던 장금자(63·동해시 천공동)씨는 “전날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자다깨다했다”며 “아, 좋기야 좋지. 강원도에서 올림픽을 한다는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