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광복 70주년을 앞둔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감방 앞에서 헌화를 한뒤 손을 모아 예를 갖추고 있다.


“훈격 낮고, 예산 없다” 안 보내
“정부 의지 있다면 가능” 지적 나와
유 열사 훈격 상향조정 움직임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이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의 추모제에 대통령 이름의 꽃을 한 번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열사의 훈격이 대통령 헌화를 받을 수 있는 등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 열사의 공훈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인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을 위해서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유일한 슬픔’이란 유언을 남기고 모진 고문 끝에 옥사하신 유관순 열사 추모제에 대통령 (이름의) 꽃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예산이 없다고 안 보내고 있다”며 “유관순 열사가 순국한 지 95년이 다 돼가고 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 열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에 체포돼 모진 고문 끝에 1920년 9월28일 옥사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여성가족부 장관, 보훈처장 등에게 헌화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후속조처가 없었다”며 “국회의원의 장인·장모 등 나라를 위해 아무 한 일도 없는 사람들의 상가에는 대통령 이름의 꽃을 보내는 걸 보면, 이는 예산 문제 이전에 정부의 인식과 관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유 열사에 대한 훈격 조정도 필요하지만, 헌화는 훈격과 무관하게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유관순 열사의 건국훈장 훈격은 3등급(독립장)이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국가 수립에 뚜렷한 공을 세운 이에게 정부가 내리는 훈장으로 훈격은 그 훈장의 등급을 말한다.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 안창호 선생 등의 서훈이 1등급(대한민국장)이고, 신채호 선생이나 이봉창 의사 등이 2등급(대통령장)이다. 대통령 헌화는 2등급 이상이 대상이다. 유관순 열사의 훈격은 1962년 결정됐으며, 현행법상 한번 결정된 훈격은 바꿀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훈격 조정을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은 지난 10일 역사적 평가가 부족한 서훈자들을 재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 의원은 “유관순 열사의 훈격은 국민적 인식과 평가 등에 비춰볼 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역사적 평가에 상응하는 훈격이 서훈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