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6명 사망


26일 밤부터 쏟아진 폭우가 27일 서울 서초구의 우면산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산에서 밀려 내려온 막대한 양의 ‘토사 쓰나미’가 마을 곳곳을 집어삼켰고, 주차돼 있던 차량들은 흙탕물에 쓸려 골목 여기저기에 처박혔다. 우면산 산사태로 서초구 방배2동 남태령 전원마을은 마치 폭격을 당한 듯 보였다. 전원마을은 이번 산사태로 20여가구가 매몰돼 주민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희생자 중엔 일가족 4명과 18개월 된 아기도 있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남태령 전원마을은 서울 사당역 네거리에서 과천 방향 왼편으로 우면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단독주택촌이다.

산사태의 조짐은 이날 아침 6시께부터 감지됐다. 남태령 전원마을의 맨 위쪽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허경열(56)씨는 이날 산사태로 집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허씨는 26일 밤부터 내린 폭우가 심상치 않아 기상특보를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했다. 허씨는 아침 6시께 날이 밝기 무섭게 산 쪽으로 갔다가 밭에서 토사가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고 두 시간 뒤 엄청난 양의 토사가 마을을 덮쳤다. 김종국(62)씨는 “오전 8시20분께 어른 허벅지 높이의 토사가 밀려 내려왔다”며 “불과 몇 분 사이에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고 말했다.

» 우면산 산사태로 주민 5명이 숨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27일 오전 차들이 산에서 흘러 내려온 토사물 등과 뒤엉켜 있다.
마을 중간쯤에 살던 이응규씨는 담을 뚫고 들어온 토사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마을 주민 전호갑(57)씨는 토사가 밀려 내려온 뒤 30m쯤 떨어진 길 건너편 수도방위사령부까지 맨발로 뛰어가 신고했다. 전씨는 “이제 갓 18개월 된 아기도 침대 밑에 있다가 밀어닥친 토사에 깔려 숨졌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을 위쪽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이순애 할머니는 토사에 휩쓸려 끝내 실종됐다. 남편 우씨도 이 할머니와 함께 마을 아래 300여m를 떠내려갔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할머니의 조카 김아무개씨는 “오전 11시께 연락을 받고 왔는데, 이모님이 실종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을 주민 이광수(41)씨는 “지난해 구청에 배수관을 넓혀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상 없다’고 했었다. 배수관이 작아 결국 참사를 빚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군·소방 당국은 밤늦도록 실종자 수색과 매몰자 구조 작업을 계속했다. 오후 늦게 전기가 다시 들어왔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다. 오후 6시께부터 생수를 공급받기 위해 마을회관 앞에 길게 늘어선 주민들의 얼굴에 깊은 시름이 드리웠다. 마을 골목마다에 어지럽게 던져진 가재도구들 위로 다시 비가 내렸다. <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