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왜 4차 핵실험 강행했나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무엇을 노리고, 예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제4차 핵실험을 강행했는지 파악하려면 세 측면을 두루 비교·분석해야 한다. 국내정치, 과학기술, 외교적 측면이다.

우선 국내정치적 측면에선 36년 만의 노동당대회(5월초) 소집을 앞둔 집권 5년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정치적 지도력을 부각하며, 신년사에서 밝힌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 집중”이라는 정책 노선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북한 내부적으로 보자면, 막강한 핵억제력을 갖췄으니 군도 재래식 군비에 힘쓰기보다 경제 건설에 힘을 보태라는 김정은의 메시지일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사실을 공표한 ‘정부 성명’에서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 “최강의 핵억제력”이란 표현을 썼다.

둘째, 과학기술적 측면이다. 북핵 문제에 밝은 전직 고위 인사는 “핵개발을 하면 과학기술 측면에서 실험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핵기술 고도화 필요에 따른 핵실험”이라고 봤다.

셋째, 외교적 측면이다. 6자회담이 8년째 중단 상태이고, 미국과 대화 창구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초고강도 압박 전술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전 통일부 장관)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 평화협정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벼랑끝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한 중심으로 협상의 틀을 다시 짜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핵실험 시점 선택과 관련해, 정 대표는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임박한 국정연설과 새해 연설에서 정책을 전환하기를 바라며 이 시점에 핵실험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월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를 겨냥해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환기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는 북한 핵실험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5월 당대회 앞두고 내부결집 다지고 미국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기
과학기술 측면에선 ‘핵기술 고도화’

‘전략적 인내’ 지속해온 오바마 북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
전문가들 “외교·협상으로 해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세 측면 모두 작용했으리라고 보면서도, 무엇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냐를 두고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외교적 측면이 중요하다는 쪽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국내정치·과학기술 측면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세현 상임대표는 “북한이 정부 성명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건 핵무기·핵실험이 (대미) 협상용이라는 주장”이라며 대미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전직 고위 관계자도 “핵심은 미국을 흔들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1일 리수용 외무상이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데 동의한다면 공화국(북한)은 조선반도에서 전쟁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거듭 요구해왔다.

반면 북한과 핵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핵실험은 국내정치·과학기술·외교 등 세 측면이 모두 들어맞지 않아도 할 수 있다”며 “대미 협상 촉구는 이번 핵실험의 부차적 측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는 “외교보다는 군사적 측면이 강한 것 같다”며 “이번에는 (대미 협상 촉구 등) 외부보다는 (핵·경제건설) 병진노선의 내부적 정당화 측면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대선을 앞둔데다 임기 마지막해인 오바마 행정부가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정세 악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한국인 만큼 박근혜 정부가 이제라도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문제를 외교와 협상으로 풀 해법 모색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제훈 김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