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걸그룹 멤버
청천백일기 사건 중국반발… “젊은층 몰표”

대만 총통 선거를 뒤흔든 ‘쯔위 사태’의 주인공 쯔위(周子瑜·16)가 소속된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TWICE)는 지난해 10월20일 미니 앨범 <더 스토리 비긴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트와이스는 기획사 JYP가 6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이다. 멤버 9명 중 쯔위는 대만 출신, 미나, 모모, 사나는 일본 출신이다.


이 가운데 쯔위는 데뷔 직후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나를 돌아봐>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하고 엘지유플러스가 보급하는 중국 화웨이의 휴대전화 광고에 캐스팅되며 인지도를 높였다. 쯔위를 포함한 트와이스의 외국인 멤버 4명은 지난해 11월 문화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2주일에 한번 인터넷 생방송을 하고 그걸 편집해서 지상파에서 방송한다. 생방송 중 멤버들이 각자 자신을 소개하며 자국 국기를 흔들 때 쯔위는 태극기와 함께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 지상파 방송분에선 이 장면은 빠졌지만, 대만 출신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가수 황안이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이 사실을 최초로 알리며 “(쯔위가) 대만의 독립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내에서 파문이 확산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일제히 쯔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파문이 확산되자 JYP쪽은 13·14일 웨이보에 사과문을 올린 데 이어 15일 쯔위의 사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서 쯔위는 중국어로 “중국은 오직 하나이며, 해협양안(중국과 대만)이 하나이며, 제가 중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라고 했다. 박진영 JYP 대표도 이날 사과 동영상을 통해 “이번 사건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일인지 본사 스태프들도, 어린 쯔위도, 심지어 저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후회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된다”며 “쯔위의 모든 중국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JYP가 쯔위를 억지 사과 시켰다고 비난하는 분노의 여론이 확산됐고, 대만 총통선거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JYP누리집은 사과 영상이 공개되기 전부터 디도스 공격을 받아 현재 열리지 않고 있다.


한편 쯔위 사태가 대만의 젊은층 134만표의 향방을 결정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대만 양안정책협회의 온라인 조사 결과 134만명의 청년층이 ‘쯔위 사건’의 영향으로 투표 참여를 결정했거나 투표의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얻은 689만표 가운데 19.5%가 ‘쯔위 사건’에 격분한 젊은층의 몰표였다는 분석이다. 훙야오난 양안정책협회 사무총장은 “투표율이 1996년 이래 최저치인 66%에 머물렀는데도 차이 당선자가 56%의 득표율을 올린 것은 젊은 유권자의 지지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차이 당선자가 낮은 투표율에도 689만표를 얻은 것은 ‘쯔위 사건’에 자극을 받은 젊은층이 중장년층을 대체해 차이 당선자에게 몰표를 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추추이정 대만 진먼(金門)대 교수는 “’쯔위 사건’이 대만의 젊은이들을 각성시켰다”며 “자신과 상관없는 것 같았던 양안문제와 ‘하나의 중국’ 원칙이 자신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을 깨닫게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