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 폰세카에 등장한 푸틴과 시진핑 주석.

푸틴·시진핑 처남·메시·성룡‥ 한국인도 195명

세계 유명 인사들의 돈 세탁 등을 도운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의 1150만건에 이르는 내부 자료가 폭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195명의 한국 이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4일 전세계 주요 도시와 조세회피처에 국외 사무소 40여곳을 운영하는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 1150만건을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함께 탐사보도 프로젝트 ‘파나마 페이퍼스’를 진행한 결과다. 1977~2015년 생산된 2.6 테라바이트(TB) 분량의 문서를 76개국 109개 언론사 소속 376명의 언론인이 지난 1년간 분석했다. 한국 언론 가운데서는 <뉴스타파>가 참여했다.


공동 취재팀은 현재까지 각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총리 12명, 그들의 친인척 61명, 고위 정치인과 관료 128명, <포브스> 갑부 순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인 29명 등이 역외탈세와 돈 세탁, 검은 돈 은닉 등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측근들을 통해 20억달러(약 2조3040억원)를 비밀리에 거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재무부가 ‘푸틴의 금고’로 지목한 로시야 은행이 주도했으며, 푸틴의 친구이자 푸틴 딸의 대부인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 등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비밀 자금을 운용했다. 이들 페이퍼 컴퍼니는 한번에 2억달러에 이르는 규모의 자금을 거래했는데, 지불을 위장하고 문서 날짜를 소급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해 자금을 세탁해왔다. ICIJ는 “문서 어디에도 푸틴의 실명이 언급되지 않지만, 자금 흐름은 푸틴과 연계된 기업 및 인물 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그뮌드르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도 아내와 함께 비밀리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회사가 아이슬란드 금융위기 당시 수백만달러 상당의 아이슬란드 은행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귄뢰이그손은 2009년 국회에 진출할 당시 아내와 함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었고, 몇 달 뒤 자신의 지분을 아내에게 1달러에 넘겼다. 이 페이퍼 컴퍼니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붕괴된 대규모 아이슬란드 은행 세 곳의 채권 수백만달러를 가지고 있어, 귄뢰이그손도 채권자가 됐다. 귄뢰이그손이 이 채권을 통해 이익을 봤는지 손해를 봤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귄뢰이그손 정부가 지난해 총리 가족의 금융 지분을 공개하지 않은 채로 채권자와의 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선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처남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개의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 이언 캐머론도 탈세를 위해 모색 폰세카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중동 지역에서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전 카타르 국왕, 아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총리, 알리 아부 라게브 전 요르단 총리 등이 포함됐다.
축구계 거물들도 페이퍼 컴퍼니에 연루돼 있었다. 아르헨티나 출신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는 아버지 호세 호라시오 메시와 함께 페이퍼 컴퍼니 ‘메가 스타 엔터프라이즈’를 소유하고 있었다. 후안 페드로 다미아니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은 최근 피파 스캔들로 기소된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전 부회장 등과 사업 관계를 맺고 있었다.
홍콩 영화배우 청룽(성룡)은 6개 이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불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4일 “‘korea’로 검색된 파일은 모두 1만5000여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 이름 195명이 확인됐다”며 “공적 보도 가치가 있는 인물은 4일부터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파나마 정부는 성명을 내어 “이번 자료 유출과 관련해 각국이 법적 조처에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 전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