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을 향해 건국절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김영관 애국지사.

92세 애국지사 직격탄
“헌법 위배, 실증적 사실과도 안맞아”

광복군 출신 원로 독립유공자인 김영관(92) 애국지사가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8월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은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을 앞둔 12일 독립유공자 및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행사를 열었다. 참석자를 대표해 인사말을 하던 김 애국지사는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사안”이라며 건국절 논란을 꺼냈다. 김 애국지사는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보수진영 일부에선 8월15일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 부르자고 주장해왔다. 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보는 이런 주장은 일제강점기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으로 ‘임시정부 법통’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연결고리’를 끊어 친일파 복권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70주년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건국절 주장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애국지사는 “대한민국은 1919년 4월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 엄연한 사실”이라며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투쟁을 과소평가하고, 국난 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이 인사말에 나섰지만, 김 애국지사의 ‘당부’에는 따로 답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국정교과서 논란 때 건국절의 정의를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요즘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건립됐으므로 그날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반헌법적 주장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거듭 피력, “헌법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제헌헌법은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대 정부는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이 아닌 정부수립일로 공식 표기해 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이 글은 이전부터 줄곧 ‘1948년 8월15일 건국’을 주장해온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 최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