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호가 언론과 민주주의의 장래에 경종을 울리는 글을 실었다. 
영국에서는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신문들의 도청 스캔들을 통해서 보수언론과 보수정권의 유착관계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지난해 가을 중간선거 과정에서 언론과 정치권력, 대기업 3자 간의 ‘동맹’(융합·퓨전) 관계가 형성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언론의 사명보다 기업의 이익을 앞세우는 거대 미디어와 대기업, 그리고 보수권력은 항상 유착할 수 있는 공통의 이념적 기초를 공유하고 있다. 보수 이념이다. 
그러므로 언론이 그 사명을 망각하는 순간 3자 동맹이 생겨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문제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3자 동맹이 민주주의를 수출한다는 미국에서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3자 동맹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우리의 보수언론과 보수권력의 유착관계는 이미 노골화된 상태이다. 
정부는 스스로 친기업임을 공언했고 보수언론과 ‘시장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대기업과의 관계도 유착 상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가을부터 조·중·동·매경의 종편 방송이 시작되고 광고 쟁탈전이 벌어지면 서로의 생존을 위해서 보수언론, 보수권력, (보수)재벌의 융합 혹은 동맹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언론·권력·자본의 “철의 3각 동맹”, 민주주의를 영원히 마비시킬 수 있는 괴물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미디어, 권력, 자본의 융합 현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교훈이 될 것 같다. 
미국의 보수 3자 동맹은 우선 대기업과 미디어 선거복합체(money-media election complex)의 형태를 취했다. 중간선거로 의회를 장악해서 오바마 정권의 진보 정책을 저지한다는 전략의 첫 단계다. 공화당은 선거자금으로 40억달러를 모았다. 친 공화당인 대기업들이 몇천만달러씩 내놓았다. 주로 후보들의 텔레비전 광고 비용에 썼다. 
신문이나 방송이 선거운동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탓에 후보들이 텔레비전 광고에 전적으로 의지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방 TV 채널은 선거 기간 중에도 저녁 30분 뉴스의 절반 이상을 후보 광고로 채운다. 
기자가 독자적으로 취재해서 알리는 선거보도가 별로 없다. 방송의 선거보도도 후보의 광고 내용을 해석하는 수준이다. 미국 언론의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TV광고를 많이 하는 후보가 당선되게 돼 있다. 그러니 광고비도 엄청나게 뛰었다. 2008년 30초당 2천달러였던 TV 광고료가 지난해에는 5천달러로 뛰었다. 선거자금을 많이 거둘 수 있는 공화당이 단연 유리하다.
 
공화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 역사상 가장 많은 선거비용을 지출했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상원에서도 의석을 만회한 이유가 있었다. 
이밖에도 친공화당의 대기업은 텔레비전 산업을 동맹으로 두고 있다. 미디어를 통한 선거의 승리였다. 
돈으로 선거 승리에 기여한 대자본은 대가로 정치 권력의 얼굴과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의회에서 시장주의와 부자 특혜를 옹호하는 법을 제정하고 이에 반대되는 입법을 저지한다. 선거 때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후보에게는 선거자금을 거부한다. 
민주주의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알맹이는 돈을 가진 사람들이 결정한다. 모든 국민이 평등한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돈 많은 부자들이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부자들의 민주주의”이다. 보수언론, 보수권력, 대기업의 동맹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장행훈 - 언론인, 언론광장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