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의 사과’ 감자

● 건강 Life 2016. 11. 8. 20:51 Posted by SisaHan

풍부한 탄수화물과 에너지 공급원

아미노산·비타민 등 영양 다양
생즙은 통증 등 민간요법에 쓰여
싹나고 푸르게 변한 것은 조심을

감자는 우리 식탁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식재료로 생각해 제철개념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감자는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이라 이 시기는 특히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감자하면 포테이토칩이나 프렌치프라이를 떠 올려 간식거리로 생각하지만 쌀, 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작물이며 건강하게 잘 먹는 것이 필요하다.
감자는 약 7천 년 전 페루 남부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안데스 산맥에서 잉카인들의 식량이었다. 그 후에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과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현재는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작물이 됐다. 처음 유럽 사람들은 이 감자를 관상용의 정원 식물로 키웠으며 심지어는 최음제로 오인하기도 했다. 또한 악마의 식물이라 하여 심한 배척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풍부한 탄수화물성분으로 인해 감자는 곧 유럽의 기근을 해결해주는 중요한 작물이 됐다. 특히 18~19세기 즈음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인구 부양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감자는 싸고 실용적인 농작물로 자리 잡았다. 아마도 감자라고 하면 고흐의 어두운 배경의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1885)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이 당시 감자는 가난한 소작인들의 주식이자 생명줄이었다. 감자는 16세기경 네덜란드의 상인들에 의해 중국에 전래됐고, 국내에는 1824년경 만주의 간도 지방으로부터 전래됐다고 보고 있다.
‘감자(甘藷)’는 ‘북방에서 온 고구마’라는 뜻인 북방감저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고, 감자를 들어 올리면 ‘말에 달린 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 같이 생겼다’하여 ‘마령서(馬鈴薯)’라고도 불렸다. 이렇게 감자와 고구마는 생긴 모양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작물이다. 감자는 고추, 가지, 토마토, 담배와 함께 가지과(Solanaceae)에 속하는 작물이다. 감자에서 식용하는 부위를 흔히 고구마처럼 ‘뿌리’부분인 것으로 여기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 줄기가 변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고구마의 뿌리와는 근본적으로 생성 원인이 다르다.


감자는 알고 보면 영양과 효능도 좋은 편이다. 우선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감자는 수분 75%, 녹말 13~20%, 단백질 1.5~2.6%, 무기질 0.6~1%, 환원당(reducing sugar) 0.03mg, 비타민C 10~30mg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의 주성분은 전분, 즉 탄수화물이다. 사람들에게 주로 에너지를 준다. 또 철분, 칼륨과 같은 중요한 무기성분 및 비타민C,• B1,•B2, 나이아신과 같은 인체에 꼭 필요한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는 밀가루보다 더 많은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에는 특히 비타민C가 많은데 고혈압이나 암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와 권태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다른 채소들은 불을 가해 조리를 하면 대부분 파괴되는 데 비해, 감자의 비타민C는 익혀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감자에는 수박이나 사과에 다량 들어 있다는 칼륨이 4배 이상 많다. 칼륨은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우리들에게 유익하며,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준다.
또한 당뇨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소금기를 몸 밖으로 없애는 역할을 한다. 소금기 있는 음식을 금방 줄이기 힘든 당뇨환자들이 감자를 다른 음식과 병행해서 먹는다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물성 섬유질인 펙틴이 들어있어 변비에 특효가 있다. 감자는 염증 완화, 화상, 고열, 편도선이나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다고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실제 그동안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효과들은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감자의 생즙을 관절염 및 통증을 억제하는 민간요법으로 사용했다. 감자 추출물의 항산화 활성을 본 결과, 자유라디칼 을 제거(노화의 원인이 되는 세포 손상을 억제 시키는 것) 하고 우수한 환원력 등으로 감자 추출물의 항산화력을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감자의 폴리페놀 성분이 흰쥐의 생체 내 과산화지질(lipid peroxid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을 투여한 흰쥐의 간장에서 과산화지질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유색감자 추출물의 항산화 및 항고혈압 활성’에 대한 연구에서도 적색과 보라색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항산화 및 항고혈압 활성이 높음을 확인했다. 유색감자는 시각적인 맛을 증대시키고 또한 기능성이 증대된 식용감자로서의 이용가치가 충분하다고 보았다.
그럼, 어떤 감자를 구입해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 감자는 표면에 흠집이 적고 눈이 얇으며 매끄러운 것을 선택하고 무거우면서 단단한 것이 좋다. 싹이 나거나 녹색 빛깔이 도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감자의 싹이 돋는 부분은 솔라닌이 있으므로 싹이 나거나 빛이 푸르게 변한 감자는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감자에 싹이 올라 있으면 씨눈을 깊이 도려내고 사용해야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고, 검은 봉지나 신문지, 상자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껍질을 까놓은 감자는 갈변이 일어나기 때문에 물에 넣어 놓아야 한다. 찬물에 담가 물기를 제거한 후, 비닐봉지나 랩에 싸서 냉장 (1~2℃)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감자 보관온도는 7~10℃가 적당하며, 적정 온도에서는 몇 주 간 저장 가능하다. 집에서 상온에 보관할 경우에는 1주일 안에 먹는 것이 좋다.
감자는 어떻게 조리해 먹는 것이 좋을까? 감자는 삶아서 주식 또는 간식으로 하고,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볶음, 전, 탕, 국, 범벅, 서양요리 등 다양한 음식에 쓰이고 있다. 감자는 희석식 소주의 원료와 알코올의 원료로 사용되고, 감자녹말은 당면 원료로도 이용되고 있어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감자를 많이 섭취하고 있다. 감자는 설탕으로 간을 하는 경우, 감자의 비타민 B1이 설탕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소비되어 영양학적으로는 좋지 않다.
요즘 같이 감자가 제 철인 때에는 맛이 좋은 생감자를 쪄서 그대로 먹으면 감자 맛과 영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독 잘 붓거나, 평소 위궤양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감자를 간 즙이나 감자수프, 감잣국 등을 섭취하면 더욱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기름에 튀기는 조리방법은 피하는 것이 감자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