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교개탄’

● 칼럼 2017. 1. 24. 18:11 Posted by SisaHan

일본이 “한국 시민단체가 부산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 중단을 통보했다. 주한일본대사를 소환 귀국시켰다. <엔에이치케이>(NHK) 일요토론에 출연한 아베 신조 총리는 주한일본대사관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며 “한국이 확실히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은 성실히 의무를 실행해 10억엔을 이미 출연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 일부는 한국에 10억엔을 지급했는데도 소녀상이 이전되지 않은 것을 꼬집어 마치 ‘입금 사기’인 듯 보도하였다.


일본에서는 입금 사기를 보이스피싱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한국이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음에도 10억엔을 먹고 튀었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반박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것이 지난해 7월이다. 중국은 그때 이후 점차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한국에 강화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와 연예인의 출연 제한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했다.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현지기업에 세무조사를 강행했고, 한국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관세 폭 확대를 위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한-중 간 유지되었던 국방장관 핫라인과 군사교류가 모두 중단되었다. 한민구 국방장관의 방중 요청에 중국은 응답하지 않았다. 2011년 이후 해마다 열렸던 국방차관급 전략대화는 무산되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때도 한-중 군사당국 사이 공조나 협력은 없었다.
한때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였다. 지금은 아니다.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 임기 중 사드 배치 완료”만 외친다.


2016년 7월 이후 남북관계는 교류 제로 시대에 들어섰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교역, 경협, 관광, 교통통신, 사회문화교류, 이산가족, 대북지원이 완전히 중단되어 남북 인적교류 현황란에 “0”만 기록된다. 개성공단 사업자들은 배신감에 고통스럽다.
통일부 관계자의 속은 시커먼 숯검댕이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떠한 대한반도 정책을 펼지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한국을 콕 집어 한-미 동맹 무임승차자라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간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했다. 미국은 상당량의 계산서를 우리에게 내밀 것이다. 우리가 미국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였는가? 박사모의 탄핵 반대 시위에 펄럭이는 성조기를 바라보는 것이 힘들다.


도대체 이게 뭔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한반도에 불신을 완벽히 구축하였다. 동평구(동북아평화협력구상)는 “그게 뭔데? 은평구 동쪽이야?”라는 조롱거리로 남았다. 남북관계는 단절되었고 우리는 북방 대륙과 단절된 섬나라가 되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행불이다.
한-미 동맹 강화만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외쳐댔다. 언제 한-미 동맹이 약화된 적이 있었던가? 강력한 동맹은 왜 북핵문제를 풀지 못했는가? 강화되는 한-미 동맹이 중국에 위협이 된다면 동맹이 우선인지 국익이 우선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중국과 협력 없이 어떻게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북한인권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세계에 외쳤던 박근혜 정부다. 그런데 왜 일본이 그 실체도 인정하지 않는 위안부 문제를 졸속으로 합의하였는가? 일본이 조선여성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만행이 바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다. 언제부터 일본이 대한민국 시민사회 활동에 개입하였으며, 왜 그 길을 터주었는가?
어쩌다 우리 외교가 이렇게 되었는가? 개탄스럽다.

< 최종건 - 연세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