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사드 반대’등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는 시위대.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함구령’도 … 법적 책임 피할 속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에서 한국 쪽을 향한 각종 제재 및 압박 조처가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책임과 중국 쪽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2일 베이징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방침은, 관광·여행 담당부처인 국가여유국이 구두로 전달하면서,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함구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미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였던 지난해 7월 방송 담당부처 광전총국의 방침에 따라 한-중 합작 방송 프로그램이 난항을 겪기 시작하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지시는 구두로 이뤄져 아무런 공식 기록이 없었지만, 지시를 받은 방송사 등에서 내용이 조금씩 드러났다.


이른바 ‘한한령’(한류 또는 한국 제한령)으로 불리는 이 지침에 대해 중국은 이후에도 ‘정부 방침’이 아닌 ‘인민의 자발적 결정’이라고 강조해왔다. 지난 1월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는 “중국도 국민감정이 있고, 국민감정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어서 정부 당국도 조심스러웠다. 자발적 움직임은 있지만, 정부가 조처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법적 책임을 미리 피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정부가 나서 한국 관련 상품을 제재한다고 규정되면, 한국 쪽이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제소할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제재 관련 질문이 나오면, 먼저 “중국은 외국기업의 투자를 환영하며, 법에 따라 해당 기업의 중국 내 합법적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한 뒤, “외국기업이 중국 내에서 성공할지 여부는 최종적으론 중국 시장과 중국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2일 저녁 관영 <국제텔레비전방송> 대담 프로그램은 “현재로선 중국 정부의 조처에 대해 법적 공방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국산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중국과 중국인의 이익에 피해를 주지 말자’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환구시보>는 3일 사설에서 한국 차량 파손이나 한국 손님 거부 등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방식은 ‘제재 반대’를 위한 빌미를 주고 일반 대중의 제재 참여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한국을 제재해야 하지만, 한국 국격을 모욕할 것도, 보통 한국인의 인격을 모욕할 것도 아니다”라며 “제재는 깨끗할수록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 일본매체 기자는 “2012년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사태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중국이 한층 세련된 방식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또 세무조사, 통관검사 등 국내법상 합법적 조처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쑨지원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중국 정부는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시한다”면서도 “다만 전제는 관련 (한국) 기업들이 중국내 경영에서 반드시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내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돌연 세무조사 및 소방점검을 실시했고, 최근 보따리상 통관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위법 적발’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선 ‘사드 보복 조처’로 받아들인다. 조형진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한-중 간 거래에는 비공식 무역이나 관행에 따른 업무 처리가 많아 법규를 강화하면 취약해지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