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흐르는 강물

● 칼럼 2017. 6. 6. 19:50 Posted by SisaHan

요즘 소위 말하는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가장 강조하는 것이 있다. ‘생명존중’과 ‘자연보호’, 그 이전까지만 해도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쉽게 무시되던 일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얼마만큼 살게 되어 그런지, 아니면 마구 훼손한 자연이 그들에게 얼마만한 피해를 가져왔는지 깨달았기 때문일까? 결국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개발이 우선인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연을 존중해야 함을, 자연은 인간의 소모품이 아님을, 나가서는 자연의 힘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자연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만의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인간은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자연환경을 파괴해 왔는가? 그 결과로 우리는 엄청난 기후변화, 지구의 온난화 같은 자연재앙을 맞고 있다. 쓰나미나 지진 같은 자연재앙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가?

요즘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뀌어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다시 불거진 4대강 사업 문제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라고 불린 이 사업은 그 동안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유에 밀려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무엇 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4대강 살리기라 했지만 오히려 4대강 죽이기였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그 동안 부분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볼 때,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사업이 애초 목적과는 달리, 또는 정부에서 발표한 말과는 달리, 우리 국토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4대강을 죽이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정치적인 보복이라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물고기들은 어떤 물에 사느냐로 종류가 다르다. 깨끗한 물에 사는 물고기들은 물이 오염 되고 더러워지면, 그 이전에 그곳을 떠나거나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해 폐사하기 마련이다. 오염되어 가는 물속에 다른 종류의 물고기가 사는 것을 떠나 큰 빛 이끼벌레, 나가서는 실지렁이가 산다면 오염은 심각한 것이다. 인위적으로 쌓아 올려 흐르는 물을 막은 보 때문에 강물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낙동강이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강마다 길이, 넓이, 형태가 다르겠지만, 다른 강에는 두 세 개의 보를 설치했지만 낙동강에는 8개의 보를 설치했다. 그런 까닭에 다른 강에 비해 더 심각한 녹조현상을 보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굳이 환경이나 지리연구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말한다. “강은 흘러야 한다.” 나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말을 믿는다. 강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 호수가 되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여름이면 녹조로 덮인 낙동강 물을 인근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한다고 한다. 물론 정수과정을 거쳐 소독을 한다지만, 그 물이 정말 사람이 마시기 안전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물의 등급이 점점 떨어져 언젠가는 농업용수로 사용하기에도 부적절할 날이 올지 모른다. 강은 우리 국토의 젖줄이다. 중요한 생명선인데 날로 죽어가고 있는 것을 우리는 두 손 놓고 보아야 하는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정치보복이라 보기에 앞서, 정말 우리의 강이 죽어가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밝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이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오염되지 않은 강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지 않은가? 죽어가는 강을, 죽은 강을 물려줄 수는 없다.

 지난 해 여름 녹조로 덥힌 낙동강의 사진을 본 것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유독 여름 기온이 높았던 탓이라 생각도 해보지만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더욱이 보를 쌓아 물을 저장하는 것이 정말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는 것인지 조차 의심스러운 이 시점이다.
옛날처럼 강이 산 구비구비를 돌아 흐르고, 제 물빛을 찾고, 강가에 반짝이는 금빛 모래를 보고 싶은 것은 나의 값싼 감정일까?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