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진압 추모 대규모로, 공정한 재평가 요구

4일 밤 홍콩에서 중국 천안문(톈안먼) 시위 유혈진압 사태 28주기를 맞아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매년 이날마다 추모 집회를 열어온 홍콩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는 이날 저녁 8시부터 빅토리아공원에서 천안문 시위 유혈 진압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평가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는 천안문 유혈진압의 희생자 두관쉐의 모친 거구이룽(83)의 화상 연설로 시작됐다. 궈구이룽은 아들이 집을 나서는 것을 막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고, 지난 28년을 후회와 죄책감 속에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군의 진압 도중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거구이룽은 “왜 정부가 진실을 직면하길 거부하고 거짓말로 도피하느냐”며 천안문 사태의 공정한 재평가를 요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홍콩에서는 천안문 사태 다음해인 1990년부터 매년 이날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려왔지만, 올해 시위 참가자수는 천안문 사태 25주년을 맞아 18만명이 참가했던 2014년에 비해서는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홍콩대와 중문대 등 대학 학생회들은 중국 민주화보다 홍콩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우선으로 하겠다며, 천안문 촛불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천안문 시위 28주년 추모 거리행진 참가자 수도 1천 명으로 2008년 이후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홍콩대와 중문대 학생회 등 대학 학생회들은 이날 각 대학에서 홍콩의 미래에 대한 포럼을 별도로 진행했다. 올해 7월1일엔 ‘홍콩 반환’ 20주년 행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저녁 대만 타이베이 국가희극원에서도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만 집회 주최 측은 집회에서 최근 국가전복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된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의 석방을 요구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국 당국이 리밍저의 조기 안전 귀환을 허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또 “대만해협 양안(중국과 대만) 사이에 가장 먼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라며 중국이 민주적 개혁 과정에 진입하는 것을 돕고 대만의 민주적 전환 경험을 공유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이 모든 추모 행사를 금지한 베이징에서는 이날 오전 당시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희생자들 무덤에 성묘를 하고 당국의 진실 규명과 보상,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읽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지난 2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80년대말 정치풍파(천안문 시위와 진압)와 관련 문제에 중국 정부는 이미 정론을 냈다. 중국의 발전은 이미 충분히 그 문제를 설명한다고 본다. 중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 변화에 더 관심을 갖기 바란다”라며 재평가 요구를 일축했다.

<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