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갑질

● 칼럼 2017. 8. 16. 14:08 Posted by SisaHan

갑질! 모국을 떠나와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종종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단어에 부닥친다. 당연한 일이다. 언어도 생명력이 있어, 많은 단어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 시대에 있어 새 단어들이 빠르게 유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단어들은 그 시대를 반영하기도 한다. ‘갑질’ 이라는 단어도 그 중 하나이다. 내가 처음 갑질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는 앞뒤의 문맥을 보아 내용을 짐작했다. 그러다 그 유명한 ‘땅콩회항’ 사건의 기사가 이곳 한국신문의 온 지면을 덮었을 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회사 부사장이라 해도 일단 출발한 비행기를 돌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무장을 내리게 하다니, 그것도 땅콩 하나 때문에… 여기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사건이다. 그 사건 이후 그 단어가 잠시 사라지는 가 했더니, 다시 한국신문의 많은 지면을 덮고 있다. 이 또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육군대장, 정확히 말해 그 분의 사모님이 공관병에 대해 행한 갑질이….

갑질 행위는 언제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일이다. 가진 자와 없는 자, 그리고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와 차별은 늘 있어왔다. 그 어떤 권력과 위치를 누리려고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높이 오르려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줄이려 노력해 온 것이 인간의 역사가 아닌가? 있고 없음의 차이 없이 법 앞에 평등해지고 나가서 기본적인 권리의 보장을 하려는 것이 한 사회의, 나가서 국가가 지향해 온 목표이다. 결국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국민소득이 얼마나 되냐는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개개인의 기본적인 권리가 얼마나 존중되고 보장되느냐에 있지 않나 생각도 해본다.

군대사회란 특수한 사회이다. 상하의 구별이 계급으로 분명히 구별되고, 명령과 복종이 기본이 되는 사회이다. 그리하여 상관이 부하에 대한 부당 행위가 종종 있어왔지만 요즘은 그것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병 또는 일병과 대장의 차이. 그것은 정말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대장의 명령이라면 이등병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그것이 부당한 명령이라고 해도 어디다 하소연할 데가 없다. 그러나 그 명령이 공적인 일이어야 하는데, 이 번 사건은 거의 사적인 일이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공관병은 분명 현역군인인데. 거의 사모님의 하인이나 때로는 노비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잔심부름을 시키는 것까지 이해할 수 있어도 그것은 부탁이어야 하지 명령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손목에 전자팔찌를 24시간 차게 하여, 그녀가 부를 때 언제나 빠르게 응답해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것이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이야기인가? 그런 일이 인격적으로 얼마나 모독이 되는 일인지… 한마디로 사람 취급하는 일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전자팔찌라면 한국에서 재발의 가능성이 있는 성 범죄자에게 채우는 것이다. 사모님이 공관병에게 욕을 하거나 물건을, 전이나 썩은 과일을 집어 던지고 때로는 칼을 휘두르기 까지 했다니… 냉장고 이야기를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두 부부가 사는 데 냉장고가 9개다. 그 중 하나는 문이 4개 달린 영업용 냉장고. 그 안에 과일 등 음식이 가득 차 있다가 며칠에 한 번씩 상한 것을 버려야 했고, 그것이 전부 자기 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선물(?) 들어온 것이라니… 여기서 기가 막힌 것은 병사가 버린 썩은 갈치를 다시 찾아오게 하여 먹으라고 했다. 게다가 그들은 전임지에서 승진해, 새 공관으로 이사오면서 사용했던 가전제품을 가지고 왔다. 국민의 세금으로 산 물품인데도, 후임자는 자신의 상관에게 도로 반납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갑질 행위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 계속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모님은 병사들을 아들처럼 대했다고 변명한다. 자신의 아들도 현역 군인인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어떨까? 자신의 아들이 근무하는 부대에서 이런 대우를 받고 있다면, 자신의 행한 일을 공관병의 어머니가 안다면… 나는 사모님들이 공관병을 아들처럼 대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현역 군인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