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가 된 휴스턴 시가지에 피난과 구조로 오가는 모습.

허리케인 하비 급습… 지역 인프라 초토화, 유가도 급등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들이닥친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이 지역에 폭우와 해일, 홍수가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적 손실이 최대 112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뉴스>는 29일 엔키 리서치의 재난 모델 분석가 척 왓슨을 인용해 전력망과 교통, 피해 지역 산업 규모를 통틀어 하비가 야기한 피해액이 최소 300억달러(약 33조7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임페리얼 캐피탈의 보험분석가 데이비드 헤이븐스는 최종 피해액이 1000억달러(112조47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복구에는 향후 수년간 10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5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상륙한 카트리나는 118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 중개업체 아서 갤러거의 데이비드 마커스 상무이사는 “영향권에 든 지역이 카트리나 때보다 넓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가 2005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 머니는 피해 금액이 이미 4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향후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질지에 따라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에너지산업 심장부인 텍사스주가 강타당하면서 국제 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휴스턴과 코퍼스크리스티에서만 정유시설이 10곳 이상 폐쇄되면서 원유 가격은 내린 반면 휘발유 가격은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휘발유 선물가는 장중 한때 7%까지 급등한 갤런당 1.7799달러를 기록했다. 패트릭 더한 가스버디 석유애널리스트는 휘발유 가격이 미국 노동절(9월 첫번째 월요일) 연휴가 지난 뒤 10%까지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텍사스 철도위원회의 라이언 시톤 위원은 “하비가 석유와 천연가스, 정유 산업에 수조원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텍사스와 미국, 전 세계 에너지시장이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밀과 콩의 출하도 지연되면서 식품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비가 떨어트린 ‘물폭탄’으로 현재까지 휴스턴, 해리슨 카운티, 록포트, 갤버스턴 지역에서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수재민만 45만명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시간당 1000여건의 구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휴스턴 서쪽에 위치한 애딕스·바커 댐이 제한 수위를 넘겨 불가피하게 방류를 결정했다. 텍사스주에 이어 루이지애나주에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하비가 쏟아낼 폭우는 30일에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 기상당국은 일부 지역에 현재까지 30인치(760㎜)가 내렸고 9월1일까지 15~20인치(380~630㎜)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 김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