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 사이 지역에 응력 증가 ‘제3의 지진’ 가능성… 여진 48차례
역사·계기지진 일치… 수도권만 예외 “암반 강해서 응력 축적에 오래 걸려”
포항지진은 역단층 운동에 의한 것 “건물 안전성 등 더 면밀히 살펴야”


경주와 포항에서 1년 남짓 사이 대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쌓인 응력(스트레스)이 두 지점 사이에서 또다른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사지진과 계기지진의 분포를 비교해보면 수도권에서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곳은 지난해 9월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의 진앙지로부터 북동쪽으로 40여㎞ 떨어진 지역으로, 경주 지진에 의해 응력이 증가된 곳이다. 당시 분석에서 향후 또다른 큰 지진 발생을 배제할 수 없는 지역으로 지목됐다”며 “포항 지진 발생으로 더욱 복잡한 응력 분포를 보이게 됐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 두 지점 사이에 응력이 증가해 지진위험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응력은 단위면적당 가해지는 힘으로, 지층과 암석에 쌓이다 더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변형이 생겨 지진이 발생한다.

홍 교수는 “응력이 쌓인 지역을 중심으로 여진이 발생하고 있다. 포항 지진의 여진도 응력이 쌓인 지역을 중심으로 1년 이상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 집계 결과 포항 지진에 따른 여진은 16일 오후 5시32분 현재 모두 48차례 발생했다. 대부분 3.0 미만의 작은 지진이지만 3.0 이상의 지진도 4회나 일어났다. 경주 지진 여진은 지금까지 640여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 교수에 따르면 한반도 지반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강한 진동을 받아 전반적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여러가지 지질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경주와 포항 지진은 이런 현상의 하나이다. 1978년 기상청 지진 관측 이래 규모 5.0 이상을 기록한 지진 열 차례 가운데 절반인 다섯 차례가 동일본 이후에 발생했다. 특히 그중 네 차례는 이번 포항을 포함해 동남권 지역이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수도권에도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며 수도권 지진 발생 가능성도 제기했다. 과거 역사 문헌에 기록돼 있는 역사지진과 기상청 계측기가 관측한 계기지진의 발생 위치 분포를 비교해보면 주로 평양 북쪽, 동서해안, 속리산 부근에서 많은 지진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역사지진에서는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최근 40여년 동안에는 큰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홍 교수는 “수도권 일대의 경기육괴는 강한 암반이어서 응력이 쌓일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많은 지진으로 응력이 해소됐고 지금도 응력이 쌓였겠지만 아직 단층을 쪼갤 정도는 아닌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도 “수도권에는 홍성-서울-원산을 잇는 추가령단층이 지나고 있다. 양산단층만큼이나 클뿐더러 단층선이 맨틀에까지 이어져 있어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많다. 서울, 인천 등 수도권이 연약한 단층대에 자리잡고 있고 인적·물적 자원이 집결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양산단층만큼이나 지질조사를 시급히 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자연은 이날 포항 지진이 애초 알려진 대로 수평운동인 주향단층운동이라기보다 수직운동인 역단층운동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자연은 “포항지역은 지진에 상대적으로 연약한 퇴적암층으로 지진파의 증폭이 발생할 수 있어 구조물 손상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진 피해는 역단층 운동에 의한 것이 더 크기 때문에 사후 건물 안전성 점검 등을 더욱 면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