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셜미디어 계정 15만개가 지난해 영국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영어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게시글을 집중적으로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의 브렉시트 사이버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영국 정부는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서구 국가들에 대한 사이버 개입 의혹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확산되고 있다.

투표일과 전날 15만개 계정 4만8천건 트윗
영, 강력경고… 미·불·독 선거 등 개입의혹 확산

<더타임스>는 영국 스완지대의 조사 결과, 러시아어 트위터 계정 15만6252개가 유럽연합을 비난하고 브렉시트를 부추기는 게시글을 영어로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투표 직전까지 관련 활동이 거의 없던 이 계정들은 투표 전날과 투표일인 지난해 6월22~23일에 “6월23일을 영국의 독립기념일로 만들자”는 등 브렉시트와 관련한 4만8000건의 글을 올렸고, 투표 결과 발표일인 6월24일에도 3만9000건의 글을 올렸다. 가장 활발히 활동한 10개 계정 중 9개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또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가 배후인 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트위터가 폐쇄한 2752개 계정을 에딘버러대 연구원들이 조사한 결과, 그 중 419개가 영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이 계정들은 브렉시트에 관해 3468개의 글을 올렸다. 한 계정은 지난 3월 영국 의사당 인근 테러 당시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는 트위트를 올려 유명세를 탔다. 이 계정에 사진과 함께 올라온 “무슬림 여성이 테러 공격에 신경 쓰지 않고 죽어가는 남성을 옆에 두고 무심하게 휴대폰을 보며 걸어가는 중”이라는 트위트는 영국 대중지에 크게 실렸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러시아의 브렉시트 개입 의혹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를 진행중이지만 영국 비거주자 및 영국 밖에 본거지를 둔 기관에 대한 제재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에 대해 “우리는 당신들이 하는 일을 안다. 당신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강한 경고를 내놨다. 메이 총리는 또 “영국은 냉전시대로 돌아가거나 (러시아와의) 영구적 대결 상태에 있고 싶지 않다”면서도 “영국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며, 우리의 동맹들과도 함께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투표를 콕 짚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의 가짜 뉴스 유포와 유럽 지역 선거 개입을 이런 경고를 내놓은 이유로 들었다. 야당인 노동당은 4%포인트 차로 가결된 브렉시트 투표의 결과에 러시아의 개입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강력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서구에 대한 사이버 개입 의혹은 지난해 미국 대선, 올해 프랑스 대선 및 독일 총선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달 1일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 투표도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스페인 정부는 13일 카탈루냐 독립 투표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킨 가짜 계정 중 절반이 러시아, 30%는 베네수엘라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 김효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