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일 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김경호 선임기자

FT “개혁을 향한 희망에 타격”
CNN “기대보다 빨리 감옥 벗어났다”

정경유착과 뇌물 공여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 대해 세계 주요 외신들은 한국에선 수십년에 걸쳐 재벌 임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관행과 ‘삼성 공화국’의 현실이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5일 미국 <뉴욕 타임스>는 “삼성의 실질적 지도자인 이 부회장이 석방되자 한국인들은 수십년간 싸워왔던 관행을 다시 확인했다”며 “재계 거물이 부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도 철창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판결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대통령 탄핵 등 지난 2년간 벌어진 특별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는 신호가 됐다. 여전히 그들은 ‘삼성 공화국’에 살고 있다”고 적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6일치 아시아판 1면 하단에 이 소식을 전하며 “삼성 지도자에 대한 판결은 개혁을 향한 희망에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은 대기업 임원의 유죄 판결을 대통령이 사면해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관행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해왔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사면될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영계와 보수 정치인들이 이번 판결을 환영한 반면, 시민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정말 실망스럽다”거나 “정치권력이든, 돈이든 힘을 가진 인물이 언제나 이긴다”는 각계 시민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았다. <시엔엔>(CNN) 방송은 “거대한 삼성 제국의 지도자는 기대보다 빨리 감옥을 벗어났다”며 삼성에 관한 책을 펴낸 제프리 케인 기자를 인용했다. 케인은 “한국은 악명높게도 화이트 칼라 범죄를 가볍게 다루고 있다”며 “첫번째 재판에서 5년이 선고됐을 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이 있었으나 이번 결과는 실제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