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2년 집권 이래 어떤 외국 수반도 만나지 않았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첫번째 정상회담이며 일부의 관측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파격적인 ‘김정은식’ 등장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최악의 상황에 놓인 북-중 관계를 일거에 복원하는 행보라고 할 것이다. 그동안 북-중 관계는 북한이 핵개발을 가속화하고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찾았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을 정도로 관계는 위태로워졌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든 중국이든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 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전통적 우호관계에 있는 중국 정상과 먼저 만남으로써 남북, 북-미 정상회담 예행연습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반도에 대변동을 가져올 남북, 북-미 회담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원 세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에 이어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대북 강경파 존 볼턴을 임명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한국 말고도 중국을 튼튼한 조력자로 두고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고 싶을 것이다. 또 미국과 통 큰 담판을 짓더라도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는 변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한반도 대격변을 앞두고 남-북-미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을 북-중의 전통적 우호관계 복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 복원은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은 피할 수 없다. 중국의 해법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문제 해결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국 가운데 하나인데다 과거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에서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북-중 관계가 호전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