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그게 뭐길래

♠ 칼럼 & 시론 2018.04.03 22:02 Posted by SisaHan

성형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는 우리 가정의는 가끔 내게 묻는다. “혹 보톡스에 관심 있으면 언제든 비서에게 문의하세요”. 신 세대와는 달리 성형에 대해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나는 보톡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거부감이 생긴다. 그런 나도 캐나다에서 태어나 서양인과 결혼한 딸에게 쌍꺼풀 수술을 제안했다가 강한 항변을 되받은 적이 있다. 자기 남편은 현재의 동양적인 자신의 외모와 성품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불가피한 결함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면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 곧 최선의 자기모습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했었다. 딸도 어렸을 때 서양 아이들로부터 일자로 찢어져 끝이 살짝 올라간 ‘Chinese eye’로 인해 놀림을 받았다. 다만 자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후에는 바로 그 점이 한국인인 자신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동양인의 눈을 굳이 서양인의 눈으로 바꿔야 할 명분이 없다며 잘못하면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잃기 쉽다고 말해서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본 TV 단막극이다. 제목이나 작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내용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얼굴 생김새를 가진 청년이 일류대학을 나왔으나 번번히 직장 면접에서 떨어졌다. 거칠게 생긴 못난 외모가 문제였다. 그는 못난 얼굴에 대한 열등감이 죽고 싶을 만큼 컸다. 결국 자살 대신 성형을 결심하고 미남의 남자로 변신하고 만다. 그 후부터 그의 삶에도 변화가 뒤따랐다. 좋은 직장도 얻고, 미모의 여성과 결혼도 하고, 아이 아빠도 된다. 그런데 그들의 아이가 이 청년과 그의 아내를 전혀 닮지 않은 데 문제가 생긴다. 의심은 서로간에 불신을 낳아 끝내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는데 우연히 길에서 한 성형의사를 만남으로서 그 답이 풀리고 만다. 청년은 물론이고 아내 역시 성형을 했던 것이다. 서로 상대방을 향해 “당신, 성형을 한 거야” “ 당신도?…” 외치며 자신들을 전혀 닮지 않은 갓난아이에게도 성형을 시켜야 할지 말지 난감해하는 내용으로 끝난다. 오늘까지도 시대적,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지적한 좋은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멋진 외모가 한 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보통사람은 생김새가 험악하거나 얼굴이 못생긴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끼기는 드문 일이다. 그러나 외모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외모나 결정적인 신체적 결함조차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실제로 우린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선천적 장애인을 돌보다 결혼하는 건강한 여인과 남성을 보면 참으로 감동을 얻는다.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본성을 뛰어넘는 숭고한 사랑의 힘이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나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중환자와도 결혼하는 날개 없는 천사들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조건과 환경을 뛰어넘어 영혼의 합일을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라 여기고 있다.

요즘은 성형이 유행이 된 시대다. 고출력 레이저로 피부관리와 피부치료도 대중화 되었기에 어쩌면 이런 글을 쓴다는 자체도 시대에 뒤떨어진 건지도 모른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성형수술로 인한 크고 작은 범법자까지 생겨났다. 너도나도 무분별한 성형을 함으로서 그 부작용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가짜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고, 부주의한 약물로 인한 수술 후유증으로 생명을 잃거나 일생을 고통 받으며 살아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런가 하면 잘못된 시술이 불가피한 재수술로 이어져 급기야 성형중독에 빠지게 된 경우도 많다. 결국 본래 모습보다 훨씬 못한 성형괴물이 되는 폐해가 뒤따름은 기정사실이다. 범법자가 성형수술로 얼굴을 변형시켜 추적하는데 시간을 소모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5년간이나 추적해온 범인을 바로 눈 앞에서도 알아보지 못했다니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는가 말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자연스런 인간의 욕구 중 하나지만 자신의 생명보다 더 귀할 수는 없다. 만약 아름다움 자체가 우리의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분명히 일시적인 기쁨과 만족은 주나 곧 한계점에 이르고 말 것이다. 현대는 개성의 시대라 예전과 달리 외모가 출중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테크닉으로 연예인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자신의 개성을 살리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할지, 진정 고민해야 할 시대에 우리가 서있다. 이 모습 이대로 자신있게 살아가는 방법으로 외모 콤플렉스를 버리고 내면의 힘(만족, 평안, 절제)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지 싶다.

< 원옥재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원, 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