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다음달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활발한 물밑 직접대화를 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정상회담 합의 이후 한달 가까이 북-미 접촉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가 없던 터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존 볼턴 등 대북 강경파의 등장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의구심을 씻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CNN>의 7일 보도를 보면, 북-미가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리에 실무적 성격의 직접 회담을 열었으며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놓고 여러 차례 대화를 했다고 한다. 이런 접촉은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앙정보국 내부 전담팀을 이끌고 비공식 정보 채널을 통해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 채널을 통해 미국에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주말 지인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가 정상회담에서 서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 나라 사이의 대화는 적극 환영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미 사이에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이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가 접촉한 다른 소식통의 말과도 부합한다. 이 말들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워싱턴을 제시하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은 평양에서 열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에서 열리든 다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북-미 사이에 최초로 열리는 정상회담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미 화해의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것도 북한이 비핵화를 실행하고 정상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징표가 될 수 있다.


두 나라 사이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그동안 중재자로서 큰 역할을 해온 우리 정부가 판문점이나 제주 등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봄직하다. 판문점이라면 분단 현장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이 크고 통제된 공간이라는 경호상의 장점도 있다. 이런 문제를 포함해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가 정상회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