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가 한창이다. 어느 곳보다 뜨겁게 달구어지는 도시가 토론토이다. 차마다 자기 나라 국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이긴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국기를 흔들며 돌아다닐 것이다. 나는 또 그 때, 그 날처럼 태극기가 토론토 거리에 물결치고 대한민국이 울려 퍼지기를 꿈꾼다. 그러나 한국팀도 선전했으나 이제 세계 최강이라는 독일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지난 두 경기, 스웨덴과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한 골 차로 졌다. 한국 선수들이 참 잘 싸웠다. 객관적으로 볼 때 두 팀 다 한국보다 한 수 위인 팀이다. 우리는 흔히 정신력과 투지를 이야기하는데 엄연한 실력 차가 있음도 인정해야 한다.

축구공이 아무리 둥글다 하지만 꿈은 매번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고, 늘 일어나는 것이 기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합이 끝난 지 얼마 안되어 인터넷 상에 어느 한 선수를 표적으로 공격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유튜브에서 자꾸 떠오르는 동영상을 보면, 그 선수가 상대팀에 골을 헌납한 것처럼 보이고, 그 선수의 실수만 없었다면 우리가 이겼을 거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미 한 선수를 표적으로 만들어 비난하기에 열을 내기 시작했다.

정말 그럴까? 그 한 선수 때문에 우리가 졌고, 그 선수가 없었다면 우리가 두 경기 다 이겼을까? 나는 그런 글들과 영상을 보며 2년 전에 리오 올림픽이 생각났다.

‘시합에 이기리라 믿었는데 진 결과에 대해, 실수한, 또는 실수한 것처럼 보이는 선수에게 무자비한 비평과 공격을 하는 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중략) 설사 실수였다 해도 비난도 좋지만 격려도 하여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상황에서 패배의 원인이 그 선수 때문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2년 전 리오 올림픽 때 한국 여자배구팀의 패배에 대해 한 선수를 표적으로 삼아 인터넷에서 공격하는 것을 보고 내 개인적인 느낌을 적은 글이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다른 면도 많다. 그 때는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에 패했고, 이번 경우 우리 보다 훨씬 전력이 강한 팀이라 생각한다. 배구에서 한 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축구에서 한 점은 정말 중요하다. 많은 경기의 경우 한 골 차로 승부가 결정 된다. 결국 두 시합 다 한 골 차로 졌다.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고 하이라이트만 본다면 분명 이길 수 있는 경기이다. 더구나 페널티 킥을 불필요하게 허용했다. 이제 실낱 같은 희망도 사라지고 우승후보라는 독일에 패하여 16강 진출에 실패하면 사람들은 심판의 오심을 이야기 하고, 감독의 전술과 선수기용에 대해 비판할 것이다. 아니 이미 시작됐다. 감독이 실력이 부족하고 많은 단점이 지적된 그 선수를 기용한 것은 그와의 인맥 때문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이러다 또 한국축구의 구조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축구협회에 화살이 날아갈 것이다.

근데 이 시나리오가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각본 같다. 아마 4년 후에도 똑 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박지성 선수의 말이 가슴에 닿는다. 사람들은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이야기 하지만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축구발전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면이 있다고… 선수도 바뀌어야 하고, 감독도 바뀌어야 하고, 축구협회까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바뀌어야 할 것은 바꾸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한국민들이 아닐까? 평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월드컵 때만 되면 열렬 축구팬이 되고 비평가가 되고 해설가가 되어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그들은 축구를 사랑한다 말하면서 평소 대학교, 고등학교 시합은 물론 한국내의 K리그엔 관심도 없고, 구경도 가지 않는다. 아니 축구 자체를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다가 월드컵 때만 되면 국가대표 팀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꿈이 이루어졌던 2002년을 생각하며….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