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첫날 정상회담

김“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문 “8천만 겨레 한가위 선물을”

정의용·서훈-김영철·김여정 배석
‘비핵화 실천적 방안’ 조율한 듯

18일 오전 평양 시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개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환영하러 나온 10만여명의 평양 시민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양 조선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 “다섯달 만에 세번을 만났는데, 돌이켜보면 평창동계올림픽, 또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었고, 그 신년사에는 김 위원장의 대담한 결정이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쏠린 전세계의 눈과 귀를 의식한 듯 “우리가 지고 있고 져야 할 무게를 절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8천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며 “전세계인에게도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착상태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는 북-미 관계의 개선을 끌어내야 한다는 바람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카퍼레이드를 하며 바라본 평양 시내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평양 시내를 오다 보니 평양이 놀랍게 발전돼 있어 놀랐다. 어려운 조건에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님을 세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이라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또 “큰 성과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이다. 북남 관계, 조미(북-미) 관계가 좋아졌다. 역사적인 조미 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며 “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관해 일관된 메시지를 내놨고, 이후 4·27 판문점 1차 남북정상회담을 디딤돌 삼아 연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세가 급변했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앞으로 조미 사이에도 계속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께서 기울인 노력에 다시 한번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우리 쪽에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쪽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특히 그동안 1,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배석하지 않았던 정의용 실장이 회담에 처음 참여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의 성격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문제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정 실장의 배석은 ‘비핵화의 실천적 방침’을 협의하기로 미리 조율한 이번 회담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정 실장은 3월과 9월 문 대통령의 특사단장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이미 두차례 만난데다, 한국 정부의 대표적인 대미 고위 협의 창구다.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수시로 통화하는 등 미국 쪽과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주요 의제를 협의했고, 19일 오전 백화원영빈관에서 두번째 정상회담을 이어간 뒤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공동 발표한다.

< 평양·서울 공동취재단, 김보협 노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