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믿음과 착각의 상식

● 칼럼 2017. 9. 27. 16:08 Posted by SisaHan

싱끗 웃으며 지나가는 여인의 미소에 돌연 맥박이 빨라지는 남성들이 없지 않다. 어디 남성들 뿐이랴. 여성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늘 착각에 빠져 살아간다. 저 사람은 돈이 많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그는 같은 학교 동창이고 동향이니 언제나 내편일 거야, 그 사람 얼굴이 잘 생겼으니 마음도 착하겠지, 믿음이 좋으니 늘 선행만 할거야…. 때로는 선입견 때문에 그렇게 믿어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늘 불신하고 미워해버리는 사례도 많다. 경험칙에서 비롯된 엉뚱한 단정과 착각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냥 착각하고, 알고도 속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착각 속에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괴로워하고, 목숨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친 아들처럼 아끼던 부루투스에게 살해당한 카이사르는 “부루투스, 너 마저도!”라는 역사적 외마디를 남기고 쓰러졌다.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을 잡으려다 능지처참을 당한 사육신은 믿었던 동지 김질의 밀고로 천추의 한을 남겼다. 동학혁명의 전봉준도 믿고 아꼈던 부하 김경천에게 배신을 당해 붙잡혀 꿈이 짓밟혔다. 가롯 유다가 예수를 팔아 넘긴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믿음이란 한낱 착각의 연장선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단 인간관계에서 만이 아니다. 국가간 관계에도 그렇다. 일본은 조선 사람들을 수백년간 못살게 굴었으니, 무슨 일을 해도 밉고 괘씸하다. 도대체가 못믿을 존재라는 것이다. 반면 6.25 때 유엔군과 함께 달려와 구해준 미국은 ‘무조건’ 좋은 나라요 은인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촛불집회 당시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성조기가 이례적으로 동반되었겠는가. 미국을 한국의 수호신처럼 생각하는 단정적인 믿음, 무조건 내 편이라는 선망기대치가 집합을 이룬 한국사람들의 의식구조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정세가 날카로워진 와중에 미국, 엄밀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놀아나며 국제적 위기의 변수로 되레 위상을 높여준 럭비공 같은 트럼프가, 대북 압박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한국을 비판하며 북핵공조와 동맹에 균열이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대화론이 잘못된 것이라느니, 한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를 폐기한다는 둥 그의 생뚱맞은 언설(言舌)들이 자극적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과연 불변의 혈맹이고 뗄레야 뗄 수 없는 한국의 수호국인 걸까? 그 답은 유감스럽게도 아니라는 것을 바로 트럼프의 언행들에서 확인하게 된다. 북한 핵 위기를 빌미로 한국에 막대한 무기를 사도록 만드는 장사꾼의 전형을 지적한 전문가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발언들이 한미동맹에 금을 가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실도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미국은 국익 추구의 실리와 실용의 나라다. 한국을 사랑하고 아끼며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은 종속변수의 하나로만 취급하었음을 사실(史實)들이 증명해 준다.


조선말 미국은 필리핀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권을 인정받는 대신 일본의 한국 지배를 인정해 주었다. 이른바 ‘카쓰라 태프트 밀약’이다. 나중 일본의 한국병합에도 한 몫을 한 미국의 기여가 됐다. 해방 이후는 어떤가. 미군정은 한국통치에 일본 잔재세력들을 끌어들였다. 친일청산이 아닌 친일세력들의 권력유지에 발판을 만들어 준 것이다. ‘애치슨 라인’은 북의 남침을 불렀다는 분석을 낳았고, 1951년에 맺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애매하게 만들어 일본이 두고두고 트집을 잡는 빌미가 됐다.
북한의 ICBM과 핵 위협이 자국 본토에 이를 만큼 커지자 신경에 거슬린 미국은 북폭 등 소위 선제공격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 한국이 싫다는 사드배치를 강박해 미국을 향하는 탄도탄 방공망을 강화하고, 전술핵 배치를 들먹이며 값비싼 무기들을 사라고 압박한다. 자국방어에 무기판매까지, 꿩먹고 알먹자는 이기적 보신(保身)의 민낯이 드러난다.


미국을 반대하고 적대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우리의 강력한 우방임에는 틀림없다. 여전히 상호 방위조약은 유효하다. 우리의 전시 작전지휘권을 쥐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다만 막연하게 저들이 전적인 수호자라는 의존감은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은 미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미국에게 한국은 자신들이 전작권을 가진 만만한 나라, 전략적 최전선 방어기지의 하나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살 길은 우리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고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상식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다 해주고 미국이 최고의 선인 듯 믿는 무조건의 확신에 빠진 한국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걱정이다.


< 김종천 편집인 >


25일 피해구제위원회에서 피해 인정 기준 의결돼


천식이 정부가 인정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확정됐다. 폐섬유화 질환과 태아피해에 이어 세번째다.

환경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2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위원장 환경부차관 안병옥)’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천식피해 인정기준이 심의·의결됐다고 26일 밝혔다.

피해구제위원회는 지난달 10일 개최된 제1차 회의에서 역학·독성·환경노출·법 분야 전문가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폐이외질환검토위원회가 마련한 천식기준안을 심의했으나, 보다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해 차기 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피해구제위원회는 25일 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노출 증거력, 일반 천식의 질병 경과와 차별성 등을 검토해 기존 상정안을 보완한 천식피해 인정기준을 의결했다. 이번 천식피해 인정기준 의결로 천식은 폐섬유화 질환과 태아피해에 이어 정부가 인정하는 세번째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이 됐다.

환경부는 천식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으로 공식 인정됨에 따라 건강보험공단 진료자료를 분석하는 ‘천식피해 조사·판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조사판정 대상자를 선정하고, 피해신청자가 제출한 의무기록 등을 전문위원회에서 조사·판정해 의료비 등 필요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서흥원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이번에 천식기준을 마련한 것처럼 앞으로도 조사 연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계속하여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면, 간질성폐렴 등 다른 호흡기질환과 장기 피해, 기저질환, 특이질환 등으로 피해 인정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최대 2.7m 해일·510㎜ 폭우 예상
“재앙적 수준 될 가능성 크다”

허리케인 어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이번엔 허리케인 마리아가 들이닥쳐 카리브해 섬나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19일 허리케인 마리아가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 5등급으로 격상돼 도미니카공화국에 도달했고,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도 정면으로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마리아가 재앙적 수준의 허리케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마리아는 시속 160마일(약 257㎞)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다. 위력은 루스벨트 스케릿 도미니카 총리의 공관 지붕까지 날려 버렸다. 스케릿 총리는 페이스북에 “지붕이 사라졌다. 허리케인 앞에 완전히 속수무책인 상태”라고 글을 올린 뒤, 이후 “구출됐다”고 소식을 전했다. 푸에르토리코는 86년 만에 처음으로 최상급 허리케인의 직접적 타격을 맞게 됐다. 리카르도 로셀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20일께 피해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피소 450곳을 마련하고 부실한 전력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카리브해 섬 과들루프, 버진아일랜드, 마르티니크, 앤티가 바부다, 앵귈라, 몬트세랫 등에 허리케인 혹은 열대폭풍 경보를 내렸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이들 지역에 1.8~2.7m의 폭풍해일이 일고, 최대 51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부분이 2주 전 어마의 타격으로 기반시설과 가옥이 무너진 지역이다.

최소 167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에 이어 마리아까지 3연타를 맞게 된 섬나라들은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령 섬에 대한 지원 계획을 긴급 발표했다. 영국 외무부도 군인 1300명 이상과 60t 이상의 긴급 구호물품을 투입해 도울 예정이다.

이어지는 자연재해로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 예산 축소 정책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시엔엔>은 ‘허리케인 피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 정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란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결정을 비판했다. 환경 전문 매체 <인사이드 클라이밋>도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변화 관련 예산 삭감이 극한기후가 몰고 온 자연재해에 대한 중대한 연구를 중단시킬 것이며, 이는 직접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그녀는 캐나다에서 26년을 살았다. 어린 두 아들이 초등학생 때 이민을 왔는데 그들이 벌써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았다. 그녀 역시 이 땅에 뿌리를 내리느라 24시간 여는 커피점, 건강식품, 컨비니언스를 거처 지금은 그랜 밸리(Gland Valley)라는 작은 마을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나와 그녀와의 인연은 10년 전 호반문학제에서 룸메이트로 만나며 시작되었다. 부드러운 마음씨에 순박한 미소, 조용한 음성에 경상도 억양이 깔린 진솔한 대화로 우린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하루 밤을 지새운 우정이 후에 문협 임원진의 팀원으로서 신뢰를 돈독하게 쌓으며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을 지녔는데 결코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여유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일에 몰두한 내 옆에서 동반자로 믿음직한 아우가 되어주었다.


그녀가 얼마 전에 첫 수필집 ‘석류, 그 풍요한 주머니 속엔’을 냈다. 마치 석류를 쪼개면 새콤달콤한 보석 같은 알갱이들이 흰 꺼풀 안에 촘촘히 감춰있듯이 한 작품씩 읽어갈수록 필자의 숨겨진 모습이 빛을 발하며 달려든다. 이제껏 내가 미쳐 몰랐던 부분들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부러움과 감동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녀는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이 고향이다. 몇 년 전 내가 남해안에서 만난 통영은 바다의 땅으로 에머랄드빛 코발트블루의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양관광도시로서 참으로 인상적인 수채화를 남겼다. 그곳에서 자라나 향토색이 짙은 그녀는 아직도 연중행사로 장을 담그고, 막걸리를 빚고, 직접 따서 만든 국화차를 끓이는 전통적인 한국여인으로 살아간다. 층층시하의 시집살이와 맏며느리 노릇에 치어 이민을 결심했을 법도 한데, 아직도 친정 할머니와 어머니의 빼어난 손맛과 나전칠기 장인이신 아버지의 비범한 손놀림과 눈썰미를 익혀 그 재주가 비상하다. “각박한 삶에 넉넉한 향기를 채우는 나만의 비법…”으로 만든다는 막걸리는 이미 문협행사 때마다 인기몰이 된지 오래고, 그녀가 만든 콩 된장은 나처럼 감지덕지 얻어먹는 친우들도 여럿이 된다.


그녀는 온순하고 다정하여 관계를 중요시하며 살아간다. 녹록하지 않은 이민생활 속에서 가족은 물론이고 이웃과 손님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어가기에 다수의 그들이 그녀 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매 글마다 사물에 대한 애정과 사려가 깊다. 변화 없는 일상에서도 긍정적이고 후덕스런 여인의 슬기가 엿보여 글의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다. 감히 신세대 며느리의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싶다고 외친 용감한 아날로그 시어미가 그녀인데, 장남 결혼식 하객들에게도 이 수필집을 증정했다니 얼마나 참신한 발상인가 싶다.
학구적인 그녀는 가게를 팔고 잠시 쉬는 기간을 이용해 캐나다 고교과정 학점을 이수하는가 하면, 잠시도 안주하지 않고 사이버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4년간 공부한 보기보다 당찬 끈기와 도전정신이 넘치는 여인이다. 부부간의 정(情)도 각별하여 결혼생활 38년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 한다. 흔히 싸움을 못 하는 부부야말로 서로간에 소통할 기회를 잃은 문제부부라고도 말하는데, 이들이야말로 흔치 않은 부부다. 그만큼 대화도 많이 하고 일도 같이 하고 취미도 같아서 매 주말마다 온타리오 하이킹 코스를 누비는 하이커들이다. 일년에 한 두 차례는 북미주의 유명 하이킹 코스를 섭렵하여 몸과 마음이 함께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재미에 빠진다고 한다. 뒤늦게 그녀가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남편의 특별한 배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서로 홀로 설 수 있도록 채워주며 성장을 돕는 부부야말로 최상의 부부가 아닐까 한다.


오늘도 그녀와 다를 바 없이 치열한 생업 전선에서 틈틈이 집안 일을 해가며 자식들의 엄마 노릇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녀처럼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휘하며 살아가긴 어려운 일일 것이다. 넉넉한 그녀, 소박한 그녀, 슬기로운 그녀, 재능이 넘치는 그녀가 쓴 글의 특징은 마치 석류의 외형은 수수하나 그 안에 숨겨진 핑크빛 알갱이가 특별한 풍미(風味)를 지닌 것 같이 삶의 이야기를 세련된 어휘와 유연한 문장과 다양한 주제로 독자를 휘어잡는데 있다고 본다. 바로 그녀가 시사한겨레 <삶과 글> 칼럼니스트 임순숙 수필가다. ”인생은 반전의 묘미로 더 살맛이 난다”는 그녀의 성숙한 고백처럼 어떤 경우라도 삶의 의미와 통찰이 가득한 별처럼 빛나는 글쓰기가 계속되길 바라며, 첫 수필집 출간을 축하한다.

< 원옥재 - 수필가 /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원, 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