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우월주의자, 조직충성자 윤석열의 조직 두목같은 오만한 공약”

  예산편성권 보장, 장관 지휘권 폐지 등

“검찰은 노터치, 언터처블 인식 드러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분야 개혁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검찰의 고위공직자 수사 권한을 확대하고 예산편성권을 보장하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 구상으로 ‘정치 보복’ 논란을 일으켰던 검찰총장 출신 윤 후보가 검찰의 직접수사 확대 등 검찰권 강화를 공언하며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법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개혁하겠다며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독소조항을 폐지하고, 검찰·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수처법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부처 장·차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3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의 부패범죄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하도록 돼있다. 검찰·경찰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해도 이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는 사건 이첩을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 독소조항 때문에 공수처가 검경의 내사수사첩보를 깔고 뭉개면 국가의 권력비리에 대한 사정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공수처 제도에 국민들의 회의가 있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과거 정치검찰의 기획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를 출범시켰지만 윤 후보는 ‘공수처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윤 후보는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며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의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서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와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산 문제로부터 독립시켜 더 강력한 검찰권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인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정권과 검찰이 한몸으로 움직일 때는 공개적 수사지휘가 필요 없었고 노무현 정부 때도 천정배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게 유일했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과 측근 수사에 무더기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서 당시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악용되는 수가 많다”며 “악용될 기회를 차단해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로 절차를 단순화”해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2차 수사권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사건을 ‘불송치’하면 그동안 검찰은 고소인의 이의제기를 받아 경찰에 보완수사만 요구할 수 있었다. 나아가 검찰이 경찰에서 사건을 가져와 직접수사를 하려면 “관련 증거와 재수사결과만으로 기소할 수 있을 정도”로 요건이 까다로웠지만 이를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의 직접수사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원래 공약 초안에는 “경찰 고소는 경찰이, 검찰 고소는 검찰이 처리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공약 발표 기자회견 뒤 삭제된 수정본이 배포됐다. 지난해 1월부터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경찰공무원 범죄)로 제한됐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의식해 ‘고소 사건 직접수사’ 부분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공화국 공식화한 검찰총장 출신 대선후보”가 “무소불위 검찰권 부활을 예고”했다고 비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의 독립성이나 중립성 보장을 이유로 예산권도 주고 법무부 장관의 개입도 막고 수사 범위도 늘리려는 움직임”이라며 “검찰이 그냥 알아서 하겠다, 노터치, 언터처블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검찰권력’ 복원…“검사 우월주의자 윤석열의 오만한 공약”

검찰을 외청 아닌 법무부와 같은 ‘검찰부’로 만들겠다는 것”

윤석열 사법분야 공약…오직 검찰, 조직 충성주의의 종합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4일 발표한 사법분야 공약을 살펴본 법조계 인사들은 사실상 ‘검찰권력 복원’에 방점이 찍힌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여년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검찰 권한 분산을 위해 논의하고 도입했던 여러 제도를 일거에 원점으로 되돌리는 내용이 상당수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뒤 측근 중용, 전 정권 수사’를 언급해 정치 보복 예고 논란을 일으킨 검찰총장 출신 후보의 검찰 수사권 복원 약속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윤 후보는 본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고발사주 사건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그 권한과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폐지 가능성을 또 다시 언급했다.

 

윤 후보는 이날 △법원 △법무·검찰 △공수처·경찰 △국민 권리구제와 관련해 11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검찰권력 복원과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공약이 4가지나 된다.

 

우선 윤 후보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법무부 장관 권한을 규정한 검찰청법은 ‘장관은 일반 사무에 대해서는 검사를,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는 한편, 법무부가 가진 예산편성권도 검찰총장에게 주겠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지휘권 폐지와 독자적 예산편성권은 법무부와 동격의 ‘검찰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검찰 고위간부는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과 예산편성권, 인사권을 부여한 것은 막강한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총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거나 수사하지 않는 상황을 통제할 방법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는 “수사지휘 없으면 이른바 ‘검찰 파쇼’를 부를 수 있다. 검찰 제식구 감싸기가 심할 때, 사건 처리 과정에 국민적 의혹이 있을 때 철저한 수사를 지시할 수 있는 통제 장치가 없다면 검찰 독주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법학계에서도 수사지휘권은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하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성급하다고 말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려면 검찰권력이 남용될 여지가 없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여전히 검찰은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고 기소권까지 갖고 있다”고 짚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전제는 검찰총장의 중립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공약을 두고 불과 11개월 전까지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의 검찰 우월주의, 조직충성주의의 ‘조직 두목 같은 내심’이 반영된 공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후보 최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조수진 의원은 윤 후보 가족 수사 등을 두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엄호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하기도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윤 후보 자신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은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내놓은 것 같다. 검찰이 준사법기관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행정부 안에 있는 외청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에게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검찰을 외청이 아닌 법무부와 같은 ‘검찰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경우 현재 검찰 시스템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수사기관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그 자체로 정치적 책임을 질 사안이다. 특정 권한 행사가 잘못됐다고 즉흥적으로 제도 자체를 들어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검찰·경찰에도 주겠다는 공약을 놓고서도 공수처 권한 약화와 함께 검찰 수사권 확대 들러리로 경찰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에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출범 1년을 맞은) 공수처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검사 사건을 검찰이 먼저 인지하면 (과거처럼) 수사를 뭉개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서보학 교수는 “공수처가 출범한 배경은 그동안 검찰이 검사 비리,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출범한 지 1년밖에 안 된 공수처를 무력화할 때가 아니라, 설립 취지에 맞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게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찰의 사건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언급한 공약 역시 상대적으로 축소된 검찰 수사 영역을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는 국민이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수사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두 기관의 사건 떠넘기기를 막는 방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이뤄질 경우 애초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를 분리한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가 무력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검찰 인력으로는 경찰이 송치한 모든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검찰 ‘입맛’에 맞는 수사 대상을 고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홍석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뒤 사건 떠넘기기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검찰이 경찰 수사를 돕거나 견제하는 쪽으로 개선이 이뤄져야지 (과거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를 많이 하는 방향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대통령 후보 공약이 여전히 검찰총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장관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그런 검찰총장에게 예산편성권을 주고, 공수처 기능까지 약화시키면 권력기관의 균형이 무너진다. 결국 검찰이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검사만이 중요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검사 우월주의자의 오만함이 깔린 공약”이라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경찰 고소 사건은 경찰이, 검찰 고소 사건은 검찰이 각각 처리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1시간40분 만에 해당 내용을 삭제한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검찰 직접 수사 물꼬를 사실상 완전히 트겠다는 것인데, 대선을 앞두고 경찰 조직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경욱 전광준 강재구 서혜미 기자

 

윤석열 사법개혁 공약에 임종석 "섬뜩한 검찰공화국 구상"

"누구도 통제받지 않는 검찰…완벽한 검찰독재 권력 탄생“

 

   임종석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4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지휘권 폐지와 검찰청 예산 별도 편성 등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 공약을 발표한 데 대해 "'검찰공화국'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약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폐지하고, (검찰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으며, 독자적인 예산권까지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 심복을 임명하면 '대통령은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검찰독재 권력이 탄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전(前) 정권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검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구상을 통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탄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여의도 정치는 불신받지만, 2년마다 전국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면서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은 통제할 방법이 없는, 섬뜩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정치검찰 권력의 남용과 횡포로부터 여러분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단을 갖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사설] ‘무소불위 검찰’ 만들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검찰권을 유례없이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법 분야 공약을 내놨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에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는가 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축소됐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검찰 개혁 이전으로 일거에 되돌리는 것은 물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장치마저 허물어버리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공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수사·기소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뜻에서 검찰총장 임기제와 검사 신분 보장 등을 통해 검찰에 독립성이 부여돼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제 식구 감싸기와 정치적 행위의 방패막이로 무수히 악용해왔다. 유력 검사를 동생으로 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 혐의로 수사받던 중 국외 도피했다가 돌아와서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사건,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야당에 고발장을 몰래 전달한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등은 검찰이 외부 감시와 견제를 벗어나 얼마나 불공정하고 정치적인 일을 벌여왔는지 보여주는 비근한 사례다. 인사·예산 등 간접적 통제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통한 민주적 통제마저 사라진다면 검찰은 ‘선출되지 않은 절대권력’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그 자신이 검찰권 남용으로 징계를 당하고 퇴임 뒤 대선에 직행해 검찰 중립성을 허문 윤 후보가 이런 공약을 내놓았다니 더욱 기가 찰 일이다. 윤 후보는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부당 개입하려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초래했고, 이 일로 징계까지 받았다. 법원도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윤 후보는 총장 시절 장모와 부인 관련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수사지휘도 받았다. 이들 수사는 윤 후보가 총장에서 퇴임한 뒤 급물살을 탔다. 결국 윤 후보는 검찰이 조직적 이해관계나 수뇌부의 개인적 목적에 따라 검찰권을 사용할 때 이를 막을 장치가 필요함을 보여준 장본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검찰 중립을 지키기 위한 제도를 정비해도 모자랄 판에 검찰의 무소불위에 날개를 달아주는 공약을 내놓은 것은 전혀 반성이 없는 태도다.

 

윤 후보는 최근 당선될 경우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중용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는데, 여기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넓히려는 이번 공약을 더해보면 수사권을 이용한 ‘검찰 정치’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수사·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은 여러 기관에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게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게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 검찰총장에나 어울리는 검찰 중심적 사고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윤 후보의 이번 공약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윤석열, 의총서 ‘원팀’ 강조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 뒤 의원들과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 한 분, 한 분이 ‘내가 후보다’라는 심정으로 나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많은 국민에게 여전히 신뢰받지 못하고 이번 선거에서 어디로 투표할지 마음을 못 정한 분들이 계신다. 이 분들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저부터 더 낮은 자세로 노력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을 ‘상식을 회복시키는 선거’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선거’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선거’ ‘민주당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규정한 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민의힘이 반드시 이겨야하는 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을 때 어떠한 권력이든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따르는지 알고 있다”며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 국민의힘 후보가 됐을 때의 각오를 잊지 않고 되새기고 있다. 대선 승리의 그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선거운동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마지막 선거운동 기간에 국민과 더 가깝게 소통하겠다. 새 정부를 맡게 됐을 때 그동안 했던 약속을 정직하게 지키겠다는 것을 국민께 더 가까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무궁화호 열차 맞은 편 좌석에 구두를 신은 발을 올려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국가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나 국민들의 삶에 관한 의사 결정의 최고 책임자가 되는 사람은 국민들께서 원하지 않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맞다”며 “늘 더 유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가수 안치환의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이 부인 김건희씨를 비하한다는 논란에 대해 “위대한 뮤지션을 저급한 공세에 소환한다는 것이 너무 엽기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정치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제 아내가 이런 저급한 공격까지 받게 되는 것에 대해 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마이클 잭슨이란 분은 지구 곳곳에 어려운 사람들을 굉장히 따뜻하게 보살폈던 위대한 뮤지션”이라며 “그런 뮤지션을 저급한 공세에 소환한다는 것이 엽기적이고, 그런 일을 벌이는 분들의 정말 그 어떤 인격과 수준에 어이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안씨 신곡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에 반복되는 ‘거니’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데다 성형에 관한 언급 등이 김건희씨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이 곡이 김씨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초청의 중소기업 정책비전회에 참석해 △주52시간제 탄력 운용 △하루 11시간 연속 휴식 명시 △대-중소기업 상생위원회 설치 등을 약속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미래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라며 “과격 노조 불법행위에도 직면하고 있고 경직적인 근로 시간제 시행 등 기업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이 닥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해정 기자

법무부, 변협에 등록취소 명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을 통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을 확정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향후 5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게 됐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11일 대한변호사협회에 우 전 수석의 변호사 개업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명령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변협은 아직 명령서를 받지 못했으나, 공식 접수되는 대로 즉시 등록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우 전 수석은 2017년 4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013년 5월 변호사로 개업한 뒤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발탁되면서 변호사 휴업을 한 바 있다. 이후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난해 5월 변협에 변호사 재등록 신청을 했고, 변협은 이를 우선 받아들였다. 다만 변협은 우 전 수석이 공무원 재직 시절 범죄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어 그의 변호사 등록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로 형사소추된 경우 변협이 등록심사위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이후 등록 거부 절차가 지연되자 법무부가 직접 변협에 등록 취소 명령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손현수 기자

5엔드서 일본 추격 상황 펼쳐지기도

이후 점수 내며 양팀 격차 더 벌어져

‘완벽한 플레이’에 관중석 곳곳 감탄

 

양 팀 주장인 한국 김은정과 일본 후지사와 사쓰키가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에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역시 마늘이 양파보다 매웠다.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 ‘팀 킴’이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서 맞수 일본을 10-5로 꺾었다. 3승3패를 기록한 팀 킴은 4강을 향한 희망을 이어간다.

 

귀중한 승리다. 한국은 13일 중국전(5-6)과 14일 오전 미국전(6-8)을 잇달아 내주며 2승3패로 수세였다. 준결승 진출에는 최소 5승 이상이 필요해, 남은 경기 가운데 3경기 이상을 무조건 이겨야 했다. 만약 이날 패했다면, 앞으로 만날 스위스(세계랭킹 2위)·덴마크(10위)·스웨덴(1위)을 모두 꺾어야만 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건 이번에도 숙적 일본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8 평창겨울올림픽 준결승에서 격돌해, 연장 접전 끝에 8-7로 승리했다. 당시 한국은 8승1패를 기록해 1위로 준결승에 올랐고, 일본은 5승4패로 4위를 기록해 가까스로 진출한 상태였다.

 

이번엔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5승1패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반면 2승3패 한국은 공동 6위였다. 더욱이 한국은 올림픽 진출권을 두고 열린 예선에서 일본과 두 번 만나 모두 패한 바 있다. 세계랭킹은 한국(3위)이 일본(7위)에 앞선다지만, 안심할 수 없었던 셈이다.

 

위기에 몰린 팀 킴은 승리를 향한 의지로 똘똘 뭉쳤다. 1엔드부터 선취점(1점)을 가져온 한국은 2엔드에서 2점을 내준 뒤 곧바로 3엔드에서 3점을 내며 기세를 잡았다. 팀 주장 김은정(32)의 마무리 샷에 대부분 중국인으로 채워진 관중석에서 뜨거운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로 멋진 플레이였다. 이어진 4엔드에서도 한국은 1점을 추가했고, 5-2로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했다.

 

팀 킴이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8엔드가 끝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하지만 일본의 반격도 매서웠다. 수세에 몰린 일본은 5엔드에서 2점을 내며 5-4로 무섭게 따라오기 시작했다. 턱밑까지 추격당한 팀 킴 입장에선 일본의 기세를 완전히 꺾을 필요가 있었다. 팀 킴은 임명섭 감독이 직접 내려와 작전을 논의하는 등 대응책을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6엔드. 승부수가 통한 걸까. 팀 킴은 일본의 추격 의지가 무색하게 2점을 내며 차이를 7-4로 벌렸다. 기세를 탄 한국은 7엔드에서도 1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가져왔다. 비록 8엔드에서 1점을 내줬지만, 9엔드 2점을 추가해 점수 차이를 10-5로 벌린 한국은 완승을 했다.

 

한국과 일본은 평창 대회 때부터 대표적 맞수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 대표팀이 모두 경북 의성 출신이듯, 일본 대표팀도 모두 일본 홋카이도 기타미 출신이라 ‘닮은꼴 맞수’로 꼽힌다. 마늘이 특산물인 의성처럼 기타미도 양파 최대 산지여서, 마늘과 양파의 대결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전 승리로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16일 오전 10시5분(한국시각) 스위스와 맞붙는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IOC "발리예바 피겨 싱글 메달 따도 시상식 없다"

 

소변 샘플서 양성 반응이나 도핑 규정 위반은 아직 규명 안 돼 '난감한 상황'

발리예바 포함된 피겨 단체전 시상식 안 열어…발리예바 사건 끝나면 시상식

 

여자 피겨의 신성에서 여제 등극을 꿈꾸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연습링크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쇼트프로그램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논란 끝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출전 기회를 얻은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메달을 획득하더라도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 메달권에 입상하면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은 물론 메달을 주는 공식 시상식도 열지 않을 예정이라고 14일 발표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발리예바의 도핑을 인정하면서도 여자 싱글 경기에 나서도록 승인한 뒤 약 4시간 만에 나온 IOC의 결정이다.

 

IOC의 이번 결정은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그를 메달리스트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AS의 판결을 맹비난하는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CAS는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 정지를 징계했다가 철회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결정에 반발해 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 단체가 낸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CAS는 발리예바가 15일 시작하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하도록 길을 터줬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이달 8일에야 받았다.

 

스포츠의 공정성을 훼손한 발리예바를 당장 이번 올림픽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CAS는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는 없다며 여자 싱글 종목 출전을 승인했다.

 

CAS의 결정으로 IOC는 도핑 규정 위반자가 약물 사용 이력이 없는 '깨끗한 선수'들과 올림픽 메달을 두고 경쟁하는 난감한 상황을 앞뒀다.

 

결국 IOC 집행위원회는 CAS의 판결 후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상의를 거친 뒤 먼저 "모든 선수의 공정성을 위해 피겨 단체전 시상식을 이번 올림픽에서 여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그 이유로 IOC는 "시상식이 소변 A 샘플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WADA의 도핑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아직은 규명되지 않은 선수를 포함할 수 있어서"라고 소개했다.

 

발리예바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금메달을 딴 ROC와 미국(은메달), 일본(동메달) 선수들의 시상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사건 조사 결과 발리예바가 WADA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러시아의 피겨 단체전 금메달은 박탈당하고, 후순위 팀들이 한 계단씩 승격할 가능성도 있다.

 

IOC 집행위는 또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에서 톱 3에 들더라도 꽃다발 전달과 메달 시상식은 이번 대회에서 열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IOC 집행위는 아울러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상위 24위 안에 들어 오는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면, 공정성을 위해 25번째 선수가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요청했다.

 

원래 규정은 쇼트프로그램 상위 24명만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할 수 있다. IOC는 공정성 논란의 당사자인 발리예바가 24위 안에 들면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를 25명으로 1명 더 늘리라고 ISU에 촉구한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빛낼 강력한 여자 피겨 싱글 우승 후보로 촉망받던 발리예바는 CAS 판결에 기뻐하다가 IOC의 결정에 다시 내리막 롤러코스터를 탔다.

 

다만 IOC는 발리예바 사건이 매듭지어지면 장엄한 메달 시상식을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 ·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동 · 남 · 북 삼면 포위

서방은 폴란드·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접경국에 병력 증강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의 합동 군사훈련 [러시아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측 모두 우크라이나 접경에 군사력을 집결하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크게 세 방향으로 우크라이나의 삼면을 포위하듯 약 13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먼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州)를 일컫는 돈바스 지역에는 러시아의 주력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바스는 2014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충돌한 '돈바스 전쟁'의 무대로, 현재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돈바스는 러시아계 주민이 많아 러시아 침공 시 주민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와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우크라 사태' 속 흑해서 해상훈련 하는 러시아 전함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인근 해역에는 해군 전력이 집결하고 있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으로 러시아 해군은 지난 10일 북해함대와 발트함대에 속한 상륙한 6척을 세바스토폴에 입항시켰다.

 

러시아의 킬로급 디젤 잠수함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해 흑해로 향하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에도 대규모 러시아군이 모여있다.

 

옛 소련에 함께 속했던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을 추진하며 동맹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약 3만 명의 러시아군은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와 접한 벨라루스 남서부 브레스트와 도마노보,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고슈스키 훈련장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는 최단 거리가 90㎞에 불과해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해 침공할 경우 키예프 점령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키예프와 벨라루스 사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은 습지대가 많고 겨울에 언 땅이 녹아 진흙탕이 되는 '라스푸티차' 현상이 발생해 기갑부대가 전진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실제로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도 이 지역을 돌파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패전의 한 원인이 됐다.

 

우크라이나의 병력은 26만 명 정도로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가 여러 방면에서 공격해올 경우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예군은 돈바스 접경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러시아가 북부와 남부에서 협공해올 경우 포위 섬멸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일 미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필요한 전투력의 약 70%를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에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4천700명을 우크라이나와 접한 폴란드에 배치했다.

 

82공수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됐으며, 지난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지원을 위해 아프간에 긴급 배치된 부대이기도 하다.

 

    폴란드에 도착한 미 82공수사단 병사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또 독일에 주둔 중이던 2기병연대 소속 1천여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한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이들과는 별개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군 8천500명에게 유럽 파병 비상대기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억 달러(약 2천400억 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승인했다.

 

이미 미국제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을 비롯해 탄약과 의료물품, 개량형 포탄, 무선통신 교란 장치 등이 우크라이나에 반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동유럽에 순환 배치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동맹인 서방 국가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7일 폴란드에 해병 350명을 파병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전투기를, 흑해에 전함을 보내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대공 미사일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체코도 우크라이나에 152㎜ 포탄을 제공하기로 했다.

 

덴마크와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도 이미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에 선박과 전투기를 보내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주요 나토 회원국 가운데 독일은 '살상무기 수출금지'라는 원칙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병력 지원은 우크라이나 영토가 아닌 주변국에 집중되고 있다.

 

아직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을 배치할 경우 자칫 러시아를 자극해 사태를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지난 12일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판단하에 우크라이나에 머물던 미군 자문단 160명을 철수했다.

 

임박한 16일…우크라이나 위기 해소 5가지 해법은?

 민스크 협정 부활을 시작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대치를 통한 현상 굳히기도 가장 현실적 해법

 대치 장기화 속에서 긴장 완화하며 외교적 해법 추구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시민이 우파 활동가들이 마련한 공개 군사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이르면 16일에 침공할 수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12일 열린 미-러 정상 간의 전화회담에서도 양쪽은 뚜렷한 접점을 찾진 못했다. 최고조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해법’ 도출이 가능할지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 위기를 해소할 5가지 시나리오로 △병력 철수 등 긴장완화 조처를 통한 러시아의 양보 △나토-러시아의 새로운 안보협약 △우크라이나-러시아 사이의 ‘민스크 협정’ 재발효 △우크라이나 중립지대화 △대치를 통한 현상 굳히기 등 5가지를 지적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는 쉽지 않으며, 이런 외교적 해법들이 중층적으로 결합돼야만 위기 해소를 향해 한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시나리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양보다. 이번 위기 국면을 통해 러시아의 ‘안보 우려 사안’에 대해 미국 등이 충분히 인지했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금지 등을 확약할 순 없지만, 동유럽과 옛 소련 지역 내에서 진행되는 군사훈련이나 미사일·핵 배치 문제에 대해선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해 왔다.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긴장완화 조처를 통해 자신을 평화의 주창자로 자리매김하고는 미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병력 철수 등 긴장완화 조처를 먼저 취해야만,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양보는 푸틴 대통령이 결국 서구와 대결에서 ‘굴복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형해화된 ‘민스크 협정’을 재발효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2014년 초 우크라이나 내전이 시작된 뒤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이 체결한 민스크 협정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있는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해 협정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 협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위기 국면에서 적극적인 중재 외교에 나서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민스크 협정이 “평화 구축으로 가는 유일한 경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에 강경한 영국의 벤 월러스 국방장관도 민스크 협정 복원이 “긴장완화로 가는 강력한 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민스크 협정 복원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것이 러시아가 제기하는 핵심적 요구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새 안보협약 체결은 위기 해소를 위한 또다른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미국 등은 나토 가입 문제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지만, 다른 안보 사안들에 대해서는 접점이 있다. 이미 미국이 논의를 제안한 미사일 배치와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나토 가입 문제는 서로의 원칙을 현상적으로 고수하는 선에서 타협하고, 다른 실질 사안들을 협의하는 협약을 체결하면, 러시아가 노리는 동유럽과 옛 소련 지역에 대한 ‘세력권’을 현실적으로 받는 결과가 된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당국자들은 푸틴-마크롱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2차 대전 뒤 중립화를 택한 핀란드를 모델로 채택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중립화를 선언하면, 나토의 문호 개방 정책도 손상되지 않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 서방화에 대한 우려를 달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은 어느 한쪽의 과감한 선제적 양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대치 국면을 살펴볼 때 쉽지 않은 결론이다. 결국, 10만명 넘는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전면 배치된 현재 상황이 그대로 굳어져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먼저 벨라루스에서 진행 중인 연합 군사훈련을 끝낸 러시아군은 그동안 언급해 온 대로 이 지역에선 철수한다. 그와 함께 군사 긴장은 점차 완화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의 병력은 순환 배치를 통해 늘 임전태세로 유지된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가 해 온 반군 지원 역시 지속한다. 이에 맞서 나토 역시 동유럽 내 나토 국가들에서 군사태세를 강화한다. 그 와중에 협상과 중재 역시 간헐적으로 지속된다. 하지만, 위기 상황이 일상화되며, 국제적인 관심이 줄어들고 우크라이나 전선은 동결된 분쟁으로 남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옛 소련에 대한 자신들이 몫을 주장할 수 있고, 나토도 문호개방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불안한 공존’을 추구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대치는 장기화되면서, 그 속에서 민스크 협정의 부활 등 을 타협책을 도출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기자

 

우크라이나 외교관 ‘나토 가입 포기’ 시사 발언 파문

 

주영국 대사 나토 가입 정책 “유연할 수 있다”

헌법 개정하며 못 박은 우크라 대외 정책

파문 일자 “오해가 있었다” 한발 물러나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서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외교관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추진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고 내비쳐 파문이 일었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주영국 대사는 14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추진 정책에 대해 “유연할 수 있다”며 “특히 지금처럼 위협당하고 협박당하고 있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나토 회원국이 아니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할 수 있고 그게 지금 러시아와 대화하면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9년 개헌을 통해 헌법에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했을 정도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불렀다. 그는 나중에 나토 문제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우크라이나가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확약하라고 요구했던 러시아는 그의 발언을 환영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적인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공식화된 형태로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확약하면 러시아의 우려에 대한 의미 있는 반응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프리스타이코 대사에게 인터뷰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고 지시한 점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가 외교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부근에 병력 10만여명을 배치하고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벨라루스에도 연합 훈련 명목으로 3만여명의 병력을 파견해,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미국 정보관리들이 러시아군이 16일에 침공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4일 우크라이나 방문에 이어 15일에는 러시아로 향한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