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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5 [칼럼] 아이를 어떻게 낳느냐고요?

아이를 낳아라, 제발 낳아라 하지만 정작 아이를 낳아주어야 할 세대는 꿈쩍도 안 한다. 지자체마다 이런저런 도움을 주겠다고 홍보하지만 그 정도의 보조금을 받고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는 게 대세다.
문제는 아이는 ‘돈 덩어리’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 인식의 잘잘못을 떠나서 아이를 키우는 데 천문학적으로 돈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복 중에 제일 큰 복은 부모 잘 만나는 복, 즉 돈 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할까. 돈 없는 부모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자식 눈치 보이고 개똥밭에 아이를 던져놓은 것 같아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나이 든 세대는 마흔이 다 돼 가는 자녀들이 결혼할 생각을 안 한다고 한탄이다. 자녀들이 결혼을 해야만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는 세대들이다.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나야만 비로소 부모의 의무에서 해방되는데, 결혼 연령이 늦어지니 걱정이 태산이다.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들은 자녀들한테 위협을 받는다. 조금의 노후자금을 장만하고 아흔이 될지 여든이 될지 모르는 인생 마지막까지 자식한테 손 벌리지 않고 살겠다는 세대는 자녀들이 무섭다. 노골적으로 아이 낳으면 뭐 해줄 거냐고 손을 내민다. 돌잔치는 어떻게 해줄 것이며 유치원 교육이 어떻고 과외의 종류와 필요성을 나열하면서 온갖 비용의 명세서를 들이민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자 볼 생각을 하지 말라는 무언의 시위도 곁들인다. 손자 하나 정도는 어떻게 쥐어짜서 도와줄 수 있지만 두셋이 되면 실제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를 세대는 3040세대이다. 3040세대는 사회에 진입하면서 IMF의 직격탄을 맛본 세대다. 돈을 벌기 시작한 것도 돈을 번 기간도 길지 않다. 한편으로 선배 세대를 보면서 마흔이 넘으면 직장에서 명예퇴직이 시작된다는 것도 아는 세대다. IMF를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빈부격차가 한층 커지고 기러기아빠니 해서 조기유학이 유행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사이에 사교육비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어떤 부모가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 맡기고 생기는 대로 아이를 낳겠는가.
주무기관의 장이 최저출산국의 문제는 이민으로 푼다고 했다. 문제의 핵심을 피해간 처방이다. 그러나 30년 뒤쯤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이민자의 가정에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결혼이민자의 자녀들 취학 건수가 2만명에 이르고 결혼 건수도 전체의 11%를 넘었다.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가 50년 뒤에 미국의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오히려 돈 많은 부모 만난, 복 많은 아이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이런저런 과외와 이런저런 외국의 화려한 학벌을 갖고 돌아와, 돈복 부모복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본다.

이 정부의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 생각 대신 홍보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교육 전분야에 무한경쟁을 미화하고, 경쟁만이 살길이라고 부추긴다. 그 경쟁은 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교육시장의 번창, 건강보험 민영화, 교육시장 개방 등 나오는 정책마다 아이 낳기를 더욱더 두렵게 한다.
대운하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 쌍둥이인 4대강 살리기도 접어야 한다. 수십조에 달하는, 시행하는 동안 수십조가 늘어날 수도 있는 계획이다. 그런 정책은 10년, 20년의 계획으로 진행해도 된다. 10분의 1만 쓰고 나머지는 교육에 돌려야 한다.
온갖 말과 홍보는 필요 없다. 진정으로 저출산이 걱정된다면,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면, 아이를 마음껏 낳아라.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하면 된다. 그것만이 정답이다.

<김선주 -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