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인간성을 비웃는 학살을 또 자행했다. 그의 친위 민병대 샤비하는 엊그제 시리아의 작은 도시 훌라에 탱크와 야포로 무차별 포격하고, 총과 칼로 닥치는 대로 난사하고 난자했다. 아이들 49명 등 주로 노약자 108명이 희생됐다.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아이, 수십발 총격에 벌집이 된 아이 등도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패권주의적 힘겨루기 속에서 시리아는 21세기 인간성의 무덤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물리적 개입을 위한 결의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의 일방적 중동 패권을 우려한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뒤 유엔의 중재로 지난 4월 정부와 반군 사이에 휴전협정이 맺어졌지만 정부군과 친위 민병대의 체포, 구금, 학살은 계속됐다. 그 결과 아사드 정권이 유혈로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 말까지 희생자가 6000여명으로 추산됐지만, 이후 3~4개월 동안 희생자가 3000여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외면하는 사이 아사드 정권의 만행은 더욱 기승을 부렸던 셈이다.
훌라 학살 직후 소집된 유엔 안보리 긴급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주저하던 러시아도 감시단의 보고서를 확인하고는 반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명은 어조가 아무리 강력해도 성명일 뿐 구속력이 없다. 러시아와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서유럽의 패권적 접근을 우려한다. 리비아처럼 시리아마저 서방으로 넘어가고 이란이 고립될 경우, 서방 세계의 중동과 석유 패권은 물샐틈없다. 물론 러시아도 지금까지 공들여 쌓은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까 주저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민간인 1만여명이 희생되도록 아사드 정권을 방치한 배경엔 이런 패권주의가 작용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훌라 학살이 이런 패권주의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사실이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성명에 ‘이번 학살 책임자는 반드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명시한 것은 그 한 징표다. 압둘라 살레 대통령을 축출한 예멘식 모델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시리아 사태는 이제 종파 및 민족 분쟁의 수렁으로 빠질 조짐을 보인다. 보스니아 내전 때와 같은 인종청소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당장 종식돼야 한다. 그러자면 시리아에 민주정부가 수립되도록 미·러와 국제사회는 인도적 견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