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정오의 램프

● 칼럼 2011. 5. 13. 16:45 Posted by Zig
- The Lamp at Noon -

이 작품은 캐나다 소설(영어)사에서 초기의 작가인 Sinclair Ross가 쓴 단편소설이다. 그의 대표작인 ‘As For Me and My House’는 캐나다문학사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을 거론하는 이유는 캐나다의 이민초기, 서부 지방을 개척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불모의 땅을 어떻게 경작할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지가 관심사였다. 이 소설의 지리적 배경인 사스카처완은 지금은 프레리 지방이라 불리는 세계 곡창지대이다. 개척의 역사는 한 마디로 인간의 의지와 자연과의 싸움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바람이 자연을 대표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안정이 된 온타리오 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사스카처완으로 이주해 온다. 이 소설을 읽으며 시간과 장소의 차이는 있지만 이민자인 내 자신을 돌아봤다. 어차피 새 땅에 뿌리를 내리며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는 점에 있어 한가지니까.

두 젊은 부부인 폴(Paul)과 엘린(Ellen)에겐 요람에 누운 어린 아기가 있다. 소설은 엘린이 정오 조금 전에 램프의 불을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그녀의 집안은 어둡고 먼지로 가득 차 있다. 창문에 매달려 밖을 보아도 짙은 안개가 낀 양 먼지에 가려 밖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오랜 가뭄 속에 3일째 쉬지 않고 바람이 불고, 흙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그녀가 남편을 위해 준비한 식사에도 어느 덧 먼지가 잔뜩 쌓여있다. 이 장면은 무엇보다 그들의 어려운 현재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미래라고 할 아기마저 먼지로 가득 찬 공기 때문에 폐렴에 걸릴까 걱정한다.  “There’s dust in everything.”
몇 해 째 가뭄이 계속되고, 심은 밀들은 마른 지푸라기가 되어 날아간다. 새 땅에 심은 꿈도 날아가고 앞에는 먼지만 남은 셈이었다.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었고 점점 가난의 수렁 속에 빠져 들어갔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그들의 싸움은 상대방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에린은 그녀의 친정이 있는 온타리오 주로 돌아가길 원한다. 폴은 결코 자신의 꿈이 남아있는 땅을 버리고 돌아갈 수 없는 농부였다.

“This is where I belong,” 그는 언젠가 비가 내리고 좋은 시절이 오리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에린은 말한다.”어디 간들 이보다 못한 곳이 있겠어요?” 결국 그녀는 어린 아이를 껴안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가, 모래바람 속에 파묻히고 만다. 폴이 발견했을 때, 에린은 흙바람 속에 아이를 보호하려고 아이를 껴안고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몸은 벌서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녀가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손질하려고 폴이 아이를 안고 있는데 아이가 앞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걸 보고 에린은 말한다.”당신은“여태 아기를 안을 줄도 몰라요?“ 집으로 돌아가며 그녀는 남편에게 말한다.”당신 말이 맞아요. 오늘 밤부터 바람이 잦아 들 거라고 했죠? 지금 너무 평온하고 하늘이 빨갛군요. 이건 내일부터 괜찮을 거라는 예기에요.” 그녀는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말하고 있다. 아이까지 잃어버린 줄 모르고, 내일을 말한다는 이유로 그들은 결코 패배자가 아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그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고 일어나 앞으로 나가리라. 지금 이 땅에서 쓰러지는 많은 이민자들에게, 다시 일어서 걸어야 하는 이민자들에게 소설은 좋은 교훈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민자는 결국 내일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다. 소설의 마지막 줄을 다시 음미해본다.
 “-tomorrow will be fine.”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