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물의 5일만에… “바보같은 짓” 사과


객지 나가면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 음주 물의로 미국과 국내 팬들에게 면목이 없어진 추신수(29·클리블랜드)한테 야구 선배 전준호(42) 코치는 까마귀가 아니라 백만원군이었다. 속 터놓고 하소연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을까. 8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 추신수가 위축됐던 방망이를 털고 엘에이(LA) 에인절스전 5회 결승 2타점 2루타로 생기를 되찾았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만난 부산 출신 야구 대선배인 전준호 코치의 기살리기가 큰 힘이 됐다. 추신수의 외삼촌인 박정태 롯데 2군 감독과 친구이기도 한 전 코치는 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데, 이날은 추신수를 찾아왔다. 그리고 “타석에서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적극적으로 휘둘러라”는 조언을 해줬다.

입을 앙다문 추신수는 곧추세운 방망이를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휘둘렀다. 관중석에서 터져나오는 상대팀 팬들의 거센 야유 소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다만 공에만 집중했다. 1-2로 뒤진 5회초 2사 1·2루의 기회, 1루수 키를 넘어서는 우측 2루타로 주자가 모두 들어와 경기는 3-2로 뒤집혔다.  22타석 만에 처음 기록한 안타였다.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된 뒤 처음 터뜨린 안타이기도 했다. 그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인지 18타수 무안타 빈공에 시달렸다.
전 코치는 “역전 결승 2루타를 쳐서 추신수도 조금 홀가분해졌을 것 같다. 경기 후 모처럼 웃는 얼굴을 보니 보기가 좋았다”며 “추신수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엄청 후회를 하고 있다. 팬들도 너무 다그치지만 말고 넓은 아량으로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선수는 지난 2일 새벽 미국 오하이오주의 셰필드레이크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적발돼 체포됐다. 당시 법정 음주운전 기준치인 0.08%의 2.5배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210%의 만취상태로 6일 셰필드레이크 시법원에 출두해 재판을 받았다.  추 선수는 음주운전과 관련해 4일 구단을 통해 “정말 바보같은 짓을 했다. 가족과 동료,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이번 일이 클리블랜드의 좋은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개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