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음모적발을 발표하는 연방경찰(RCMP). 가운데가 제임스 말리지아 치안감.


캐나다선 처음… 연방경찰, 중동 유학생 2명 체포 기소

캐나다 본토에서 처음으로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모의가 적발됐다고 연방경찰(RCMP)이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토론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의 알카에다 조직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캐나다 국영 철도인 ‘비아 레일’ 소속 열차를 탈선시키려는 계획을 꾸민 혐의로 몬트리올과 토론토에서 각각 시헵 에세가이에르(30)와 라이드 자세르(35)라는 남성 2명을 체포, 조사한 뒤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테러는 계획 단계였으며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었다”며 이들이 겨냥한 열차의 목적지·출발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아 레일은 미국 철도인 암트랙과 연계해 토론토~뉴욕 펜 스테이션 왕복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 미국을 노린 공격을 모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용의자들은 각각 튀니지, 아랍에미리트 출신으로, 특히 에세가이에르는 캐나다 대학을 다녔으며 현재는 국립과학연구소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 용의자 검거는 테러 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정보기관의 권한을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본격 논의를 하기 직전 이뤄졌다.
제임스 말리지아 치안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 남성이 “이란의 알 카에다 연계 단체로부터 지도와 지침을 받았지만,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할 만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말리지아 치안감은 알 카에다가 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경찰은 이들의 국적,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캐나다인은 아니지만 캐나다에 상당 기간 거주했다”고만 밝히고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슬람 사회를 대변해 온 변호사 후세인 함다니는 “피의자 중 한 명은 튀니지, 다른 한 명은 아랍 에미리트 출신”이라며 “둘은 모두 이슬람 공동체 지도자 그룹의 일원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당국은 이 그룹의 또 다른 일원으로부터 사건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들이 캐나다 유학생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캐나다 셔브룩대학의 대변인은 “피의자 중 한 명인 에세가이에르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우리 대학에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국립과학연구소 대변인도 “최근에는 그가 이곳에서 박사학위 과정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서 ‘에세가이에르’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검색해 보면 그의 프로필과 함께 이슬람 신앙증언이 새겨진 검은색 깃발 사진이 뜬다.
이번 검거 활동은 RCMP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 등과 공조하고 있는 대테러 공동작전 ‘스무스’(SMOOTH)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제니퍼 스트라찬 총경은 “경찰이 지난해 8월부터 이들을 주시해온 결과 열차와 철도를 관찰하는 등 테러 공격을 개시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온 것으로 판단했다”며 검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적발 당시 테러 모의 단계여서 즉각적은 위협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스페인 정부도 23일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역 지부인 ‘마그레브’와 연계된 테러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은 알제리, 모로코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정부는 체포된 이들의 경력이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들과 비슷하다고 밝혔으나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 이유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