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후임으로 성 김(51)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를 내정했다. 그가 차기 대사로 오면, 1882년 양국 수교 이래 1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외교관이 주한 미국대사가 된다. 그의 임용은 지난 3월 중국계로 첫 주중 미국대사에 내정된 게리 로크의 사례에 이어, 상대국의 정서와 소통, 일 수행 능력을 중시한다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독특한 외교관 임용 스타일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미국 외교관인 그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의 독특한 이력과 능력이 특히 최근의 경색된 북-미 및 남북 관계 개선에 어떤 힘을 발휘할지 기대를 걸게 한다. 한편으론 그가 미국의 대북 및 동아시아정책 일선 실무책임자로 오래 일해왔기에 앞으로 새로운 솜씨를 보여줄지 의구심 또한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민 1.5세대로, 두 나라 모두와 교감할 수 있는 정서의 소지자인 내정자는 역대 어느 대사들보다도 더 큰 소통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정책 일선 실무책임자로서 미국 조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대북관계 전문가다. 바로 이 점이 특히 기대를 걸게 한다. 2003년 주한 미국대사관 1등 서기관이 된 뒤, 한국계 첫 국무부 한국과장, 6자회담 대표 등을 거치면서 10여차례나 방북한 그는 다시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로 발탁돼 대사 직급으로 승격됐으며, 오바마 정권에서도 그 임무를 계속 맡아왔다.
그러나 그가 이제까지 대북 전문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실무 차원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와 대북특사로서의 능력은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제대로 발휘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제 주한 대사직까지 초고속 승진한 그가 실무 차원 이상의 지휘능력을 어떻게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짚어둘 것은, 주한 미대사의 긴요한 역할들 가운데 하나는 한국 사회 여론을 편견 없이 고루 청취해서 본국 정부에 전달하는 일이다. 대북정책의 경우 집권세력과는 다른 시선과 주장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에도 최근 미국의 귀는 한쪽으로만 열려 있었다. 그래서는 제대로 된 사실을 토대로 한 올바른 관계를 바랄 수 없다. 성 김 내정자는 자신의 성공적인 대사직 수행을 위해서도 새겨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