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어제 동생 박지만씨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의 관계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본인이 확실히 밝혔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며 더이상 해명이 필요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박씨가 직접 해명한 것도 아니고, 친박 의원들이 전언 형식으로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누나에게 해명했다더라”고 말하는 것으로 적당히 넘어갈 사안은 분명 아니다.
지금까지 야당과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신씨와 박지만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아주 긴밀한 관계”이고 “박씨 부인 서향희씨는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였다가 삼화저축은행 사건 직후 사임”했으며, “박씨는 신씨가 연행되기 두 시간 전에도 같이 식사를 했고, 구속 뒤에는 면회도 몇차례 갔다”는 것이다. 친박 의원들도 “박씨와 신씨가 58년생 동갑으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것과 면회 사실 등은 시인하고 있다. 다만 “로비를 하거나 비리에 연루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신씨의 행태에 비춰보면, 이런 해명을 그대로 믿으라는 것은 무리다. 그는 임종석 전 민주당 의원 보좌관에게 매달 300만원씩 1억원,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의 동생에게도 매달 500만원씩 1억8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문건에 나와 있다고 한다. 신씨는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였던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4년간 매달 300만원씩 건넸다. 신씨가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아무 대가 없이 정치권에 돈을 뿌렸을 리는 없다. 더구나 올해 1월 신씨가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과 만난 뒤 삼화저축은행이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돼 살아났다는 주장도 있어 그를 둘러싼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 동생 부부가 이런 정도로 비리의 핵심 인물과 각별한 사이였는데도 전화로 몇마디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니 그걸로 끝”이라며 국민에게 그대로 믿으라는 것은 매우 오만한 태도다. 박씨가 그 정도 친한 사이라면서 신씨에 대한 구명로비를 전혀 한 적이 없는지, 서씨는 고문변호사라면서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는지, 돈은 얼마를 받았는지 등 미심쩍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검찰이 한창 수사중인 상황에서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리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중앙지검은 여러차례 권력의 그림자도 밟지 않고 비켜 간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미래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뭉개려 해선 안 된다. 박 전 대표도 수사에 영향을 주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