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205일만에 ‘세월호 특별법’ 국회 통과

여당, 하태경 문제제기에 ‘맞장구’
진보당 이상규 ‘격려·큰절’엔 야유
유족들, 국회농성 철수 내일 결정

팽목항 실종자가족도 거처 옮겨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세월호 특별법)이 세월호 참사 발생 205일 만인 7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 뒤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는 마지막 순간에도 진상규명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9일 유가족 총회를 열어 지난 118일간 특별법 제정 농성을 이어온 국회 농성장 철수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참석 의원 251명 중 찬성 212명, 반대 12명, 기권 27명으로 세월호 특별법을 가결했다. 반대표는 모두 새누리당에서 던졌다. 140여명의 유가족들이 본회의를 지켜보고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표결 직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섰다. 하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은 너무 강력한 위헌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새누리당 의원석에서 “잘했어!”라는 맞장구가 나왔다. 그때까지 본회의를 묵묵히 지켜보던 엄마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하 의원의 뒤를 이어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공개발언에 나서 세월호 특별법의 보완을 주장했다.
이 의원이 “유족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발언을 마치고 유족들에게 큰절을 하자, 새누리당 의원석에선 “당신이나 정치하지 마”라는 야유가 나왔다. 유족들은 말없이 박수를 보냈다.
본회의를 지켜본 김성실(동혁군 엄마)씨는 “(세월호 특별법이) 많이 미흡한 걸 알지만 차일피일 미루면 정말 (진상조사가) 없던 일이 될까봐 불안해서 어쩔 수 없이 (법안 통과가) 되게 했다”며 “(오늘 새누리당 태도를 보면) ‘이것만 해줘도 다행’이라고 생색을 내는 것처럼 들렸다”고 한탄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되는 동안 눈물을 훔치며 지켜보고 있다.

이날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유가족이 추천한 조사위원장을 비롯한 조사위원 17명이 1년6개월 동안 진상조사 활동을 벌이게 된다. 조사위 활동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특별검사도 도입할 수 있다.
이날 세월호 특별법 국회 통과에 맞춰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도 참사 이후 7개월 가까이 머물렀던 전남 진도체육관을 비우기로 했다. 박정순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진도 군민의 뜻을 마냥 모른 체할 수 없어 임시 거처를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 부근 전남대 자연학습장으로 옮기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권오복씨는 “진도체육관은 희생자를 기다리는 국민과 가족의 염원이 응축된 공간이다. 진도 군민의 심정을 헤아려 이사하기로 했지만, 이곳을 비운 뒤 국민 관심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신설되는 국민안전처에 흡수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가해자의 재산뿐 아니라 제3자에게 숨겨놓은 재산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일명 유병언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됐다.
<서보미 기자, 광주/안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