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어머니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즉각 폐기, 세월호 선체 인양 공식 선언 때가지 배상·보상 절차 전면 중단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진실규명 침묵하더니…” 배·보상 절차 전면중단 촉구
“특위 시행령 철회 요구와 선체인양 요구 먼저 답하라”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1주기를 앞두고 끝내 머리를 밀었다. 삭발을 하는 이들도,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들은 “돈 몇푼 더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2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생존자 가족들이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모든 배상 및 보상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단체로 삭발했다.

가족 150여명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참사 1주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은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지 배상과 보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날 정부가 희생 학생 1인당 8억원이 지급된다는 배·보상 지급 기준을 발표한 것을 두고는 “희생자·피해자 가족들을 돈으로 능욕한 정부를 규탄한다.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의 배·보상금 발표가 “시행령안 폐기 여론을 잠재우는 한편, 유가족들이 돈 몇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것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정부 행태에 분노하고 또 분노한다”고 했다.

삭발한 이들은 모두 52명이다. 48명은 광화문광장에서, 아직 전남 진도를 떠나지 못한 이들 4명은 팽목항에서 머리를 밀었다. 삭발에 나선 이들은 “왜곡되는 우리의 뜻을 바로잡고, 진상규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삭발한다”고 했다. 5개 조로 나눠 10분씩 삭발이 진행되는 내내 광화문광장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고 정동수군의 아버지 정성욱씨는 “저희가 원하는 게 돈입니까? 아닙니다. 하늘에 있는 아이들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했다. ‘유민양 아버지’로 잘 알려진 김영오씨는 “정부 시행령안은 다시 시간을 지난해 4월16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세월호가 다시 또 침몰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얼굴사진이 담긴 학생증을 목에 건 엄마·아빠들의 머리카락은 전동이발기에 뭉텅뭉텅 잘려 나갔다. 한 희생 학생 어머니는 “머리는 백번이고 천번이고 깎을 수 있다. 이 머리가 자라기 전에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다. 부모들의 힘이 부족해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가족들은 4일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광화문광장까지 도보행진을 하기에 앞서 다른 가족들이 다시 삭발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배·보상 계획을 갑자기 발표한 것을 두고 유가족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왜 지금, 이런 방식’이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고 이보미양의 어머니 정은영(45)씨는 “선체 인양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 요구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갑자기 유가족들이 몇억씩 돈을 받는다는 식으로 기습 발표를 했다. 돈 때문에 시위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5)씨는 “정부의 발표 뒤 주변에서 ‘돈을 또 받는 거냐’는 전화가 쇄도했다. 지금까지 유가족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배·보상금을 받지 못했는데도, 마치 엄청난 돈을 받았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려왔다.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 문제에는 침묵만 하다가 뜬금없이 돈을 들고나오는 정부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안산지역 50여개 시민단체들은 3일 저녁 7시 경기 안산문화광장에서 정부 시행령안 폐기와 진상규명 전 배·보상 중단을 촉구하는 안산시민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김규남 기자, 안산/김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