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다이어트‥「기본」으로 해결한다

헬스클럽 ‘기계 근육맨’힘 못쓰고 허약…
기계 의존않는 운동으로 근력·체력 향상
원시인 식단·생채식, 살빼고 체질 개선

지난 10년간 다이어트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적어도 30가지의 다이어트 방법은 통달했으리라. 날씬한 몸에 대한 집착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새로움에 대한 강박감이다. 그런데 요즘 몸 만들기 시장에서 “더 이상 새로운 몸 만들기는 없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든, 근육이든, 몸 만들기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다.

기계를 버리고 힘을 얻다
근육 만들기 안내서 <남자는 힘이다>를 펴낸 맛스타 드림(필명)은 수년간 체력과 근력관련 온갖 책과 강좌를 섭렵하고 보니 몸 만들기에 필요한 정보는 1950년 이전에 나온 책들에 다 들어 있었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60년, 보디빌딩이 몸 만들기의 대명사가 돼왔다. 그런데 터미네이터처럼 근육이 불거진 남자들이 실생활에선 통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몸짱은 쌀가마니도 못 든다”는 헬스클럽의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무거운 것도 들지 못하고 빨리 뛰지도 못한다. ‘허약한 근육맨’은 상업적인 헬스클럽이 낳은 기형아다. 골절이나 근육 손상을 덤으로 짊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된 이유는 헬스클럽을 움직여온 돈의 원리 때문이기도 하다. 헬스클럽이라면 펙덱플라이나 렛풀다운, 적어도 러닝머신 등 기계들을 설비해야 인정받는 현실이 그걸 말해준다.
기계가 왜 문제가 될까? 혼자서 역기를 들면 몸이 떨린다. 이때 균형을 잡고 버티려면 우리 몸의 근육들이 골고루 쓰여야 한다. 그런데 흔히 헬스클럽에서 하듯 벤치프레스라는 무게 늘리는 기구에 의존하면 몸은 만들지 모르지만 힘은 쓰지 못한다.

더 문제는 기계 의존성이다. 맛스타드림은 “팔굽혀펴기나 턱걸이 같은 기본적인 맨몸 운동들이 기계운동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며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이나 근육을 키우려는 보조제, 각종 기계들이 점령한 피트니스를 버리고 목표를 다시 세우라고 말한다. “조금만 힘을 써도 허리 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정상입니까. 한 부분의 근육만 기형적으로 키울 것이 아니라 체력이 뛰어난 멋진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도방법론은 조금씩 다르다.
<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를 쓴 운동처방사 송영규씨는 “요즘 근육 한 부위에만 집중해 훈련하기보다는 모든 종목을 골고루 훈련하는 크로스핏이 유행하고 있다”며 “장비나 도구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직접 몸을 훈련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런데 송씨는 “크로스핏 같은 훈련 방법을 따라하지 못할 신체적 조건을 가진 사람에겐 부작용도 있다”면서, 혹시 기본 동작이 바른 자세로 잘되지 않는다면 먼저 빨리 걷기와 스쾃, 런지 등 기본 동작을 저강도로 천천히 반복하며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처방한다.

원시인이 부러운 사람들
헬스 분야에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눈에 띈다면, 건강 분야에서도 화두는 단연 자연식이다. 한국의 첫 비만클리닉 전문의로 알려진 리셋클리닉 박용우 박사는 자연치유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보통 자연식 하면 떠올리는 채식과는 좀 다른 원시인들의 식단을 배우자는 이론을 낸다. 그의  ‘원시인 다이어트’ 법은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구석기 다이어트’ 식단의 영향을 받았다. 농경사회가 이전 구석기 원시인의 식단처럼 탄수화물을 크게 줄이고 채소와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은 먹지 않고 규칙적으로 먹을 필요도 없다.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안 먹었던 원시인들처럼 시간보다는 몸의 신호에 따르라는 이 이론은 ‘2010년 트렌드’로 꼽히기도 했다.
박용우 박사가 이 이론에 공감하는 이유는 비만이 나쁜 지방을 제공하는 유독한 환경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은에 중독된 참치만큼이나 항생제와 촉진제가 누적된 소 지방도 위험하다. 다이옥신 의심을 받는 돼지고기도 그렇다. 그는 “환경호르몬이 지방량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칼로리를 줄일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음식을 먹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1년과 2011년 한국인 체형을 비교해보면 10년 새 비만 인구가 놀랍도록 늘었다. 이는 우리 몸에 쌓인 유해 화학물질이 영양소 배설을 막고 체중 조절 체계를 망가뜨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고 지적했다.

유해물질은 대부분 지방 속에 쌓여서 내분비 대사작용을 교란한다. 역설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다가 몸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지방이 줄면 지방 속에 쌓여 있던 유해 화학물질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원시인 다이어트’를 하려면 설탕과 과당, 흰 밀가루는 단호히 끊고 현미나 정제되지 않은 곡류를 먹는다. 양질의 단백질을 얻으려고 깨끗한 환경에서 길러진 방목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지방을 빼고 살코기만 먹는다. 콩처럼 단백질이 풍부한 반찬이나 담백한 유기농 채소 같은 오래된 아시아식 밥상이 요체다.

생식으로 몸의 독소를 빼다
자연식을 추구하다 보면 그 꼭대기에서 생으로 채소를 먹는 생채식과 만난다. 몸에 좋고 살도 빠질 듯한데,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
전주리(32)씨는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해 온갖 알레르기에 시달렸다. 한약과 양약 어느 것도 몸을 바꾸지 못했다. 그러다 생식에 도전하면서 약을 끊을 수 있었다. 가려움증에 시달리지 않고 잠들 수 있었지만 우울하고 고됐다. 현미를 날것인 채로 씹어먹고 생채소들을 먹다가 어느 날은 과자를 마구 먹기도 했다. 그러나 2년 전 미국 생식요리학교인 리빙 라이트 컬리너리 아트스쿨에서 요리사 과정을 공부하고 생식을 미식으로 바꾸는 갖가지 요리법을 배워 불을 쓰지 않고 파스타도 하고 케이크도 만든다.
길은 한 가지만이 아니다. 건강한 몸, 보기 좋은 몸을 향해 여러 가지 길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