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감청’ 누리꾼 반발

검찰과 카카오의 합의로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7일, 시민단체들과 누리꾼들은 “정보인권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90%에 이르는 3900만명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1년 전 ‘사이버 사찰 파문’ 당시 드러난 문제들이 시정된 게 없는데도 감청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카카오톡이 정보·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여전히 편법적인 방식으로 감청 협조를 재개한다는 것은 모든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정보인권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카카오는 입장 선회 배경을 자세히 밝혀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허무감과 분노에 성실하게 응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이번 합의에 가장 민감해하는 대목은 지난 1년 동안 변한 것이 없는데도 감청 작업이 재개됐다는 점이다. 1년 전 문제가 됐던 부분은 기술적으로 ‘실시간 감시’가 불가능한 카카오톡에 대해 수사기관이 감청 영장을 통해 불법 감시를 하고 있다는 점, 영장에서 지목한 사람과 대화를 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의 정보까지 함께 노출된다는 점 등이다.

감청으로 불리는 ‘통신제한조치’는 영장이 집행된 날부터 그 이후의 통신 내용을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실시간으로 감시한다’는 점에서 서버에 저장된 과거 대화에 대한 ‘압수수색’과 다르다. 사용자는 감청 영장이 집행되는 기간 동안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전기통신의 감청 목적을 ‘범죄수사와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이 성립하려면 수사기관이 ‘카톡 대화방’을 직접 고스란히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1년 전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실시간 감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이 부분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앞으로 감청 영장이 접수되면 기존에 하던 대로 카톡방 대화 내용을 며칠 단위씩 모아서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압수수색의 영역이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통신 행위가 완료된 이후의 통신 내용에 대한 수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야 하는데 감청 영장의 대상도 아닌 것을 집행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법을 어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카카오도 이런 문제점을 느껴 감청 협조를 중단해놓고 이제 와서 아무런 변화도 없이 감청에 협조를 하겠다고 하면 이는 이용자의 권리보다 회사의 안위만 우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 대화방까지 대화 내용을 고스란히 넘겨 범죄 사실과 관계없는 이들의 정보가 노출되는 문제도 여전하다. 카카오는 “대화 상대의 이름을 가리겠다”고 밝혔지만, 일단 대화 내용 일체가 공개되는데다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의 공문만으로 대화 상대의 신상을 알려주겠다는 것 또한 문제다. 박주민 변호사는 “대화 상대의 말을 보고 정보를 얻으려면 영장이 필요한데 공문으로 영장의 효력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감청 논란이 있기 전까지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은 실시간 감시를 하는 카카오톡 계정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2012년 상반기에 17개였던 감시 계정 수는 2014년 상반기에 83개로 늘어났다. 카카오가 감청에 불응하던 2015년 상반기에도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통해 16만3354개 계정의 카톡방을 들여다봤다. 지난 7월에는 이탈리아 해커집단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국가정보원이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 가능하도록 해킹을 부탁했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신과 대화를 나눈 3000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폭로해 ‘사이버 사찰 파문’의 중심에 섰던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는 “우리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방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카톡방’을 만들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데 이런 기본적인 신뢰가 깨진다면 누가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임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