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99%기부, 자선인가 사업인가?

● WORLD 2015. 12. 11. 18:52 Posted by SisaHan

마크 저커버그(왼쪽)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와 아내 프리실라 챈이 딸 맥시마 챈 저커버그를 품에 안고 있다.


유한회사 성격 논란 “세금 부담 없는 지배권 확보·상속” 비판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페이스북 주식 지분 99%를 평생에 걸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뒤 설립한 기관 ‘챈 저커버그 기획’이 전통적인 자선단체가 아니라 유한책임회사(LLC)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부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저커버그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자선 사업을 위해 설립한 이 기관이 유한책임회사이며, 자선단체 대신 기업 형태를 취한 건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 주식을 자선단체에 넘기면 곧바로 세금 혜택을 받지만, 유한책임회사로 넘기면 이런 혜택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이런 해명은 유한책임회사를 통한 자선 활동의 일면만 강조한 것이다. 한국에도 2012년 도입된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보다 지배구조가 유연하고, 출자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되 출자금을 넘어서는 범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이다. 주식회사보다도 자유로운 형태이니,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 자선단체보다 ‘편리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일부 미국 언론들은 저커버그의 기부 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재단 대신 유한책임회사를 세우면 수익 활동도 할 수 있지만, 젊은 갑부들에게 특히 중요한 장점은 더 많은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통적인 재단은 기부받은 돈의 5% 이상을 자선 활동에 써야 하지만, 유한책임회사는 이런 부담도 없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가 기부할 때 세금 혜택이 없다는 걸 강조했으나, 기부 이후에 얻는 절세 효과가 훨씬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몇몇 인터넷 언론들은 유한책임회사에 기부할 경우 주식 명의 변경 과정에서 자본이득세를 내지 않게 되고, 상속세 없이 자녀에게 지배권을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세금 부담 없는 지배 권한 확보’ 때문에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가들 사이에서 유한책임회사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베이의 공동 설립자 피에르 오미디어,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부인 파월 잡스 등이 이런 형태로 자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반면에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같은 이들은 전통적인 비영리 단체 형태를 선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비영리 단체를 통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많은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이 자선과 사업 활동을 뒤섞으면서 미국 기업가들의 전통적인 기부 문화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신기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