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기온이 오르면서 점심 전후로 졸음이 쏟아져 곤란을 겪는 이들이 많다. 그 가운데에는 식욕까지 떨어져 피로감을 더 심하게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봄철에 충분히 잠을 자도 오후 시간대에 눈이 저절로 감기는 증상을 보통 춘곤증이라 부른다. 계절 변화에 아직 몸이 적응하지 못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전문의들은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또는 가벼운 산책으로 춘곤증은 이겨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드물게는 간염, 결핵 등 염증성 질환이나 지방간, 갑상선 질환 등과 같은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피로와 쏟아지는 졸음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 봄 피로감, 원인과 대처

■ 졸음뿐만 아니라 식욕부진, 어지럼증 나타나기도 : 춘곤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계절적 변화에 생체리듬이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봄이 오면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지며 기온이 오른다. 한낮 기온이 20도쯤 되면 몸이 나른해지고, 겨울에 추운 날씨에 적응했던 피부나 근육이 이완되면서 졸음이 주로 나타나는 것이다.
졸음과 함께 춘곤증의 다른 증상은 피로, 식욕부진, 어지럼증이 있으며, 종종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겨우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거나 입학이나 입사 등 새로운 과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거나 과로로 피로가 쌓일수록 춘곤증은 심하게 나타난다. 특히 밤에 자다가 코를 고는 사람은 낮에 주간 졸림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춘곤증에 더 취약해지기 쉽다. 결국 춘곤증은 ‘몸이 아직 준비 중’이라는 우리 몸의 신호이기 때문에 춘곤증이 나타나는 동안에는 무리하지 말고 틈틈이 휴식을 취해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다행히 춘곤증은 대부분 저절로 개선된다.

■ 몸을 펴주는 스트레칭이 좋아 : 춘곤증을 최소화하고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등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하고, 음주나 과다 흡연, 카페인 음료의 섭취 등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새 직장이나 학교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므로 규칙적인 습관을 더 챙길 필요가 있다. 사무실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도록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제외하고 환기를 자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밤잠을 설쳤거나 과로를 했다면 낮에 20~30분이 넘지 않는 토막잠을 자는 것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춘곤증을 이기는 운동으로는 전체적으로 몸을 펴주고 늘여주는 스트레칭이나 체조가 좋다. 가능하다면 사무실이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가볍게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것이 권고된다. 평소 봄만 됐다 하면 춘곤증을 잘 겪는 사람은 겨울부터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는 것이 춘곤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 갑상선질환 등도 졸음과 피로 나타나 : 춘곤증처럼 잦은 졸음이나 피로가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 구별을 해야 하는 질환들이 있다. 바로 당뇨를 비롯해 갑상선질환이나 감염질환이다. 당뇨의 경우 초기에는 피로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 종종 물을 많이 찾거나 과식을 하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갑상선질환은 갑상선 기능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도 졸음과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이 올라간 항진증에는 땀이 많이 나고, 몸무게가 줄며, 심장 두근거림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반대로 갑상선 기능이 내려가면 동작이 느려지고, 추위를 많이 타며, 심장박동수가 느려지는데 역시 졸음과 피로가 같이 나타날 수 있다. 감염은 간염이나 결핵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간염의 경우 피로와 졸음은 물론 구역, 구토, 피부나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같이 오며, 결핵은 3주 이상 기침이 나타나거나, 가슴 통증, 가래, 몸무게 감소나 발열, 식욕 감소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도 잠을 자는 등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여섯 달 이상 지속되는 만성피로증후군이나 잠을 자면서 코를 심하게 골아 자신도 모르게 잠을 깨는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장애도 낮에 졸음이나 심한 피로를 부를 수 있어 춘곤증으로 오해할 수 있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