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꿈? 고국 들쑤신 반기문

● COREA 2016. 6. 7. 15:50 Posted by SisaHan

방한 엿새 정치행보 파장… 유엔서도 처신 논란

국내 휘젓고 다닌 뒤 “과대해석 말라”
총장 퇴임 직후 정부직 금지 “알고있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의 불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장까지 튀었다. 반기문 총장이 5월 25일 관훈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의지를 강력 시사한 뒤,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과정에서 기자들은 이 문제를 이틀째 물고 늘어졌다. 세계 모든 곳의 현안을 다뤄야 하는 유엔의 브리핑에서 사무총장의 처신이 쟁점이 되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태 전개다. 현직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국제 외교가의 쟁점으로 번질 조짐이다.


한 기자는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 정부직 진출을 제한한 유엔 1차 총회 결의 11(Ⅰ)호의 존재를 반 총장이 알고 있는지 따져물었다. 다른 기자가 한국의 모든 신문이 ‘대선 출마 시사’라 보도한 사실을 상기시키자, 부대변인은 “총장이 말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피해갔다.
26일 한 기자는 “그런데 김원수 유엔 군축고위대표 직무대리는 무슨 자격으로 반 총장의 방한 직전에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사전 브리핑을 한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 기자는 “어떤 사람들은 그걸 정치적 행위(political work)로 받아들인다”고 짚었다. 유엔 고위 관리인 김 직무대리가 신분을 망각한 채 반 총장을 사적으로 돕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대변인은 “반 총장의 한국 방문은 공식 출장이며, 김 직무대리는 수행원 자격으로 브리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 총장 귀임 후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31일 가진 브리핑에서 ‘1946년 결의에는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직후 정부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지금도 적용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물론이다. 그(반 총장)는 그 결의를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러나 나머지는 모두 추측일 뿐”이라면서 반 총장의 퇴임 후 거취는 반 총장이 그 시점에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1946년 결의 조항에는 “어떤 회원국도, 적어도 퇴임 직후(immediately on retirement)에는, 사무총장에게 정부 직책을 제안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그가 가진 비밀스러운 정보가 다른 회원국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무총장 자신도 그런 직책을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한국을 엿새간 방문한 반 총장은 대선 후보 캠프에서 짠 듯한 촘촘한 방한 일정을 소화했다. 반 총장은 출국을 앞두고 “저의 방한 일정과 활동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과대해석과 추측은 자제해 달라. 당혹스럽다”고 두루뭉수리 답했다. 김종필(JP) 전 총리를 전격 예방하고 여당 텃밭인 경북지역을 훑은 거침없는 ‘정치 행보’ 논란을 식히려는 발언이지만, 정치권은 “출마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6일”로 평가했다.
반 총장은 3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 기조연설 뒤 회견에서 ‘방한 일정 중 유엔 사무총장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개인 반기문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는 질문에 “국제행사에 참여·주관하기 위해 온 것이지 어떤 개인적 목적이나 정치적 행사와 무관하다. 그 과정에서 관훈클럽 비공개 간담회 내용이 좀 과대, 확대, 증폭된 측면이 없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둘러댔다.


방한 첫날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내년에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고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이 대선 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비치자 진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 출마 안 한다’는 말 대신 “추측하지 말라”고만 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면서도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제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또다시 여운을 남겼다. 정치권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의지를 ‘상수’로 두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3선 의원은 “반 총장이 정치적 지방투어를 통해 TK(대구•경북) 민심 등 판단 자료를 안고 떠났다. 국내에 큰 애드벌룬 하나를 띄워놓고 간 것”이라고 했다.
< 이제훈·김남일·김일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