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판 4대강 사업’ 전면 중단, 설계비 등 104억 날려
필리핀 수력발전소도 인수 첫해인 작년 220억 손실
전현희 의원 “위험성 큰데 불공정 계약 등 무리한 추진”


‘4대강 사업’으로 쌓인 부채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부실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국외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불공정한 계약 등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해 오히려 수백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자료를 보면, 수자원공사는 ‘타이판 4대강 사업’이라고 불리는 11조원 규모의 태국 물 사업을 2012년 7월부터 진행하다가 타이 내 쿠데타 여파로 지난해 2월 전면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기본설계·인건비 등 104억원의 돈이 들어갔고 사업 중단의 원인도 타이에 있었지만 수공은 배상을 받지 못했다. ‘입찰자는 어떠한 손해배상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간 불공정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수공의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타이 물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도 관심을 갖는 사안”이라며 “(손해배상 등)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수공이 최근 타이 물 사업에 다시 도전하고 있는 탓에 과거에 본 손해를 적극적으로 문제삼을 뜻이 없음을 드러낸다.

수공의 필리핀 앙갓댐 수력발전소 인수도 사업 첫해에 큰 손실을 봤다. 2010년부터 추진됐던 이 사업은 현지 시민단체가 “외국기업에 국가 주요 시설을 매각하는 것은 무효”라며 소송을 걸어 논란이 됐다. 겨우 재판에서 승소해 4년 만인 2014년 10월 발전소를 인수했으나, 지난해 220억원의 운영 손실이 발생했다. 가뭄 탓에 다섯달 동안 발전소를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2천억원대 사업을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수공의 필리핀 브라칸 상수도사업도 수주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수공과 필리핀 현지 기업인 산미구엘이 2대 8로 자본금을 출자하기로 했으나, 수공의 지분 취득 계획은 없었던 일이 됐다. 수공은 “산미구엘에서 전담하기로 한 금융조달 문제가 지연되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본금을 넣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업 주도권을 위해 지분을 51%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지난해 이사회 의사록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수주 전망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전현희 의원은 “수공이 4대강 사업으로 5조5천억원가량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등 경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성이 높은 국외사업을 하면서 불공정 계약이나 기후 등 기본적인 것을 살피지 않아 손실을 키운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