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은 1~2개월 기다렸다 사는 게 현명
스마트폰 진화 한계‥ 가성비 따져 구입을
정부와 이통사는 소비자 안전엔 관심없어

올 가을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풍미하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이상 연소 문제로 지난 8월19일 출시된 뒤 2개월도 못 넘기고 단종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판매한 것을 모두 물어줘야 해 적잖은 손해를 보게 됐고, 회사와 브랜드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예약구매 신청까지 해가며 이 제품을 사서 쓰던 사용자들도 큰 불편을 겪게 됐다. 한국에만 갤럭시노트7 사용자는 43만여명에 이른다.
갤럭시노트7은 그동안 수없이 출시된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운데 하나다. 이전 제품들도 크고 작은 결함이 있었다. 배터리가 부풀어올라 교환된 사례도 있었고, 이유 없이 터졌다는 제보와 언론 보도도 많았다. 이번 건도 따지고 보면 새 제품에서 늘 있기 마련인 결함 가운데 하나에서 비롯됐을 뿐인데, 안전과 결부된 문제라서 특별히 이목이 집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제품을 출시하기 전 문제가 없는지를 철저히 검증했는지, 1차 리콜 과정을 투명하고 적절하게 진행했는지 등은 따져봐야 할 일이다.


스마트폰 소비자 쪽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몇 가지 교훈을 준다. 먼저 이번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처럼 제품을 바꾸고 또 바꾸는 불편을 또 겪지 않기 위해서는 신제품으로 넘어가는 시점을 한발 늦출 필요가 있다. 신제품을 남보다 하루라도 먼저 써보지 않고는 못배기는 ‘얼리 어답터’라면 몰라도, 일반 소비자들은 안정성이나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될 때까지 1~2개월 기다렸다가 고르는 게 좋다.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의 경우, 기기는 환불받거나 다른 것으로 교환할 수 있으나 케이스 등을 사느라 들인 비용은 보상받지 못한다. 제품을 사고, 바꾸고, 또 바꾸기 위해 유통점에서 허비한 시간도 아깝기 그지없다.
물론 제품의 결함을 남보다 먼저 경험하는 것도 신제품을 써보는 또다른 ‘즐거움’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갤럭시노트7에 국한된 문제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외신을 보면, 최근 출시된 ‘아이폰7·7플러스’에서도 이상 연소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둘째, 스마트폰의 진화는 끝났다는 점이다. 지난달 아이폰7이 베일을 벗었을 때 전 세계 전문가들과 언론의 첫 반응은 ‘이전 제품에 견줘 혁신이 없다’였다. 애플이 앞세운 ‘유선 이어폰 단자 제거’는 약점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출시하며 홍채인식과 뛰어난 방수·방진 등을 앞세웠다. 경쟁 업체들이 선뜻 따라오기 어려운 새로운 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스마트폰의 기본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지금에 와선 이상 연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혁신적으로 개선된 부분도 없는데 굳이 비싼 값을 주고 최신 프리미엄 제품을 고를 이유가 사라진 꼴이다. 차라리 출고가가 낮아진 데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 적용도 받지 않아 싼값에 구입할 수 있고 성능과 안정성 검증도 끝난 구형 제품을 고르는 게 나을 수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 고르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갤럭시노트5·갤럭시S6·아이폰6·V10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정 브랜드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더 뛰어난 가성비를 가진 중·저가 스마트폰들이 널려있다. 그 중에는 삼성·LG·애플 제품도 있다. 단말기 지원금을 받으면 사실상 공짜로 쓸 수 있는 제품도 많다. 액션 모바일게임을 즐기거나 고급 카메라·오디오 기능을 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쓰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은 물론이고 정부도 소비자 안전을 챙기지 않는다는 점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하면서 이통사에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삼성전자의 판매 중단 요청 사실이 언론에 보도(<한겨레> 10월11일치 1면)되고, 이어 삼성전자가 이를 공식화할 때까지 판매를 계속했다.
미국에선 항공기 승객이 갖고 있던 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통사들이 앞다퉈 판매 중단을 선언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의 대응 역시 미국과 삼성전자 따라하기 수준을 넘지 못했다.
< 김재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