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을 든 범인이 쏜 총을 맞고 쓰러진 러시아 대사.

베를린 쇼핑가에‥ 12명 참사
터키 앙카라 전시장서 총격

19일 독일 베를린의 도심 쇼핑가에서 대형 트럭 한 대가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돌진한 ‘묻지마 테러’로 적어도 12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같은 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선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전시회장에서 저격범에 의해 총에 맞아 숨지면서 양국 관계는 물론 시리아 내전 등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앙카라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62)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터키인의 눈으로 본 러시아’라는 사진전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던 중 한 남성에게 8발의 총탄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범인은 터키 태생의 메블뤼트 알튼타시(22)로, 폭동진압 경찰로 의무복무한 경력이 있으며 지난 7월 군부 쿠데타와 관련해 해직된 뒤 조사를 받고 있었다고 현지 일간 <휘리예트>가 보도했다. 알튼타시는 이날 경찰관 신분으로 위장해 행사장에 잠입해 범행을 저지른 뒤 특수부대와 대치하다가 사살됐다.


알튼타시는 범행 직후 “알레포와 시리아를 잊지 말라. 우리 형제들이 안전하지 않은 한 너희들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압제자들은 누구든 하나씩 대가를 치를 것이다”, “오직 죽음만이 나를 이 자리에서 데려갈 것이다”, “신은 위대하다” 등을 외쳤다.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반발한 범행일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암살은 터키-러시아 (우호)관계에 대한 노골적인 도발”이라며 “피에 굶주린 살인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한 대로, 양국공동수사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와 관계 회복에 차질이 생길 것을 경계했다. 터키 경찰은 그 어머니와 여동생을 체포해 범행 배후를 캐고 있다고 <시엔엔(CNN) 튀르크> 방송이 전했다.
테러로 숨진 카를로프 대사는 2000년대 초·중반 북한 주재 대사를 지내기도 한 외무 관료로, 2013년 터키 주재 대사로 부임했다.


몇 시간 뒤인 이날 밤, 독일에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쇼핑객과 시민들로 붐비던 베를린 번화가인 카이저 빌헬름 교회 인근 쇼핑가에서 저녁 8시께 대형 트럭 한 대가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질주해 사람들을 덮쳐 최소 1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트럭은 시장을 가로질러 50~80m를 더 달리다가 가게 매대에 부딪힌 뒤 멈춰섰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트럭 운전자는 범행 직후 도망쳤다가 몇㎞ 떨어진 곳에서 붙잡혔다. 조수석 탑승자는 폴란드 시민권자로, 숨진 채 발견됐으나 사망 경위는 불분명하다.
독일 당국은 붙잡힌 용의자가 나베드 비라는 이름의 23살 청년으로, 1년 전 파키스탄에서 독일로 건너왔다고 밝혔다. 독일 경찰은 범행 동기와 배후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번 사건이 앞서 지난 7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인 니스에서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은 튀니지 출신 이주자가 25t 트럭을 몰고 해변 도로를 질주해 84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외로운 늑대형’ 테러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 조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