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반이민 행정명령’ 여파 불안감 커져
합법적 이민자도 입국 거부 우려 외국여행 자제
유학생은 한국 유턴…한인타운 경제 악영향 우려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파고가 미국 한인들과 유학생 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발표한 ‘반이민 행정명령’은 미 연방법원에 의해 잇따라 제동이 걸렸지만, 이민사회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민자연구센터 통계자료를 보면, 2014년 현재 미국내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는 1086만명이며, 이중 한인은 전체의 1.6%인 16만8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인 서류미비자의 3분의 1 가량(5만4천명)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는 서류미비자들이 점원이나 허드렛일 등을 하며 살아가는데,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서류미비자 자녀들에게 추방유예를 허락한 다카(DACA) 프로그램 폐지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미주한인봉사 교육단체 협의회’(NAKASEC)의 윤대중 사무국장은 3일 “‘반이민 행정명령’ 이후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상담 핫라인을 개설하고, 추방유예 대상자를 중심으로 워크샵을 열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이 합법적 이민자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반이민 행정명령’ 발표 직후,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입국하려던 한 영주권자 한인이 사소한 범죄 기록 때문에 입국 거절된 사실이 한인들 사이에 퍼지면서, 한인들은 외국여행이나 한국방문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또다른 행정명령인 ‘외국인 노동자 비자 프로그램 강화를 통한 미국 일자리·노동자 보호 행정명령’ 초안은 외국 출신 취업자에 대한 심사 강화와 함께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주재원 비자인 L-1, 투자 비자인 E-2, 교류 비자인 J-1, 미국 교육기관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실무연수를 위한 OPT(졸업후 현장실습) 등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거의 모든 이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유학생들의 경우, 학생비자 연장이 거부되면 학업을 중도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미국내 취업이 더욱 힘들어져, 커뮤니티 칼리지를 마치고 미국내 명문대에 편입하던 유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한국 대학 편입으로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과정으로 대학내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연종(가명·39)씨는 4일 “외국인 유학생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 박사후과정 취업자 노조, 대학내 국제센터 등에서 대응책을 마련중”이라며 “외국인 전문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 고급인력을 저임금으로 공급받던 미국내 연구소나 첨단산업도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미비자, 유학생, 취업자의 위축은 한인사회 경제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또 히스패닉계 서류미비자 추방이 가시화되면 저임금 노동력을 구하기 어려워 한인 중심의 로스앤젤레스 의류산업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의류생산업체를 경영하는 박희정(가명·54)씨는 “이미 많은 의류업체들이 법조항이 덜 까다로운 네바다나 텍사스로 옮기던 중이었는데, 히스패닉 노동자 수급이 어려워지면 미국내에서 제조업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철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