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분간 협상문 닫고 대북 압박 강화
중국에도 북한에 더 강한 압박 요구할 듯
중국 “상황 수집중” ICBM 맞는지 판단 유보
일, 두차례 안전보장회의…‘북 위협론’ 강화

북한 조선중앙TV가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발사 장면.

북한의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주장에 대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상당히 강도 높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방금 또다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사람(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라고 적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이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다’라는 미 태평양사령부 등의 초기 정보 판단에 근거해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반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할 뿐 아니라,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거리를 최대 7천㎞ 안팎으로 추정하면서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언론 발표에서 “북한 정권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적인 외교정책 기조가 ‘힘에 의한 평화’임을 고려할 때, 단기적 조처로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 등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협상)’ 가운데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협상으로 가는 문은 당분간 거의 닫아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대북 원유 공급 제한, 북한 해외노동자 고용 금지 등을 중국에 요구해왔는데, 이를 강하게 관철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이것(북한 미사일 발사)을 더 견뎌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아마도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난센스 같은 상황을 끝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이른바 ‘전략적 도발’이 아니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텨온 중국은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됐다. 중국의 협조가 미흡하다고 생각할 경우, 미국은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것처럼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독자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와 결과를 중시하는 점에 비춰보면, 긴강 고조의 와중에도 일정한 냉각기가 지나면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막후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4일 “관련 보도를 봤으며, 현재 상황을 수집하며 형세 진전을 추적하고 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일단 유보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제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이 확인되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겅 대변인은 “조선(북)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명확한 규정이 있다”며 “중국은 조선(북)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발사 (실험)을 하는데 반대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북한 위협론을 강조하면서 더욱 강한 대북 압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고도가 2500㎞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두 차례나 열었고, 아베 신조 총리는 “북한의 위협이 더욱 증가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베이징 도쿄/이용인 김외현 조기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