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알버타 주에서 목회할 때 어느 성도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60이 되던 해에 자신이 늙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이다. 그 당시에 나는 40대 후반이었기에 그 말의 뜻을 잘 알지 못했다. 이제 내가 60을 넘기고 보니 그 말의 뜻을 조금 알 것 같다.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도 나이든 측에 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그것을 모르고 지냈는데, 어느 날 경로석을 양보 받거나, 주변에 함께 대화하는 내용들이 주로 건강에 관한 것들인 것을 깨닫고 스스로 깜짝 놀라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나이 든다는 것이 슬픈 일일까? 물론 슬픈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기억력이나 순발력도 사라지고, 했던 말을 또 반복하게 되고, 섭섭한 마음이 많아지게 되고, 말도 많아져서 잔소리도 하게 되고, 나의 존재가치나 사회성은 점점 사라지게 되고,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이 떠남으로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글에서 “지금까지는 내가 시간을 함부로 썼는데, 이제 시간이 나를 함부로 대하네.”라고 탄식한 것처럼 빠른 시간을 아쉬워하며 한숨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 든다는 것은 또한 축복임을 알아야 한다. 지나 온 인생, 경험했던 수많은 인생을 돌아보면 거기에 지혜가 있고, 거기에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동화작가인 레이몬드 브리그스는 “젊었을 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축복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진다.”고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제 철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을 제대로 살아 온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사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고후 4:16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는 말씀이다. 겉사람은 육신을 말하며 그 육신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속사람은, 쉽게 말해서 우리의 마음은 날로 새로워질 수 있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드는 것을 슬퍼하거나 낙심하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속사람을 새롭게 하는 일인 것이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 이제 남은 인생의 과제가 되었다. 그것은 어떻게 속사람을 새롭게 하느냐는 과제이다. 과거에 얽매어 살지 않고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매일의 삶을 즐겁게 사는 것이리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분이 수수께끼를 냈는데 “세상에 세 가지의 귀중한 금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답은 바로 ‘황금, 소금, 지금’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어떤 남편이 즉시 아내에게 스마트폰 문자로 이 수수께끼를 그대로 보냈다. 그랬더니 아내에게서 바로 답이 왔다. “여보! 나는 ‘황금, 소금, 지금’보다도 ‘현금, 지금, 입금’이 더 중요해!” 이 문자를 보고 남편이 놀라서 즉시 행동을 취한 후 문자를 보냈다. ‘방금, 조금, 입금!’
이 이야기를 읽고 많이 웃었지만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금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고 하고 싶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톨스토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다.” 이 말을 생각하면서 나이가 드신 분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몇 가지 감히 제안하고 싶다. 속사람을 새롭게 하며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지금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첫째로 지금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사는 것, 둘째로 어린 사람에게도 겸손히 배우며 사는 것, 셋째로 매일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며 사는 일이라고 하고 싶다.

< 강성철 목사 - 우리 장로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