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8명 중 두 사람만 기소
2년여 재판 끝에 무죄 확정

홍 “보수우파 중심 전력 다하겠다”
이, 내년 지방선거 등 출마 관측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법원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자 신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데 대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웃으며 대표실로 가고 있다. 왼쪽은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강창광 기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22일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5년 4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출신인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겼던 ‘성완종 리스트’ 등장인물 중 처벌받은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게 됐다. 걸림돌을 제거한 홍 대표는 “보수우파의 중심으로 전력을 다하겠다”며 기세를 올렸고, 이 전 총리도 내년 6·13 지방선거 출마 등 정치적 재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날 오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다”며 1심(징역 1년6월, 추징금 1억원) 유죄 판결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의 측근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7월 재판에 넘겨졌었다.

홍 대표는 무죄 확정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음해와 질곡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제 한국 보수우파의 중심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을 “정권의 개”라고 비난해온 홍 대표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했다. 당시 성완종 리스트 사건 특별수사팀장은 현 문무일 검찰총장이다. 다만 홍 대표는 “문 총장은 조작에 가담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이완구 전 총리 재판을 맡은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 한 전화통화 녹음과 돈을 줬다는 정치인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보궐선거 때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홍 대표와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 전 총리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당시에 결백을 말하며)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었다. 국무총리를 사퇴하며 인고의 세월을 겪었다”며 “검찰이 증거자료를 재판이 끝나기 전에 조작하고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가 내년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대표는 “이 전 총리가 명예회복을 원하면 당에서 돕겠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김기춘·이병기·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친박 실세 등 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검찰은 홍·이 두 사람만 재판에 넘겼었다.

이날 대법원에는 국회의원과 정치인 7명의 선고가 몰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종오 민중당 의원(울산 북구)은 벌금 30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마을 주민 공동체 사무소를 만들어 유사 선거사무소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날 유일하게 의원직을 잃은 윤 의원은 “박근혜 정권의 정치검찰이 표적수사하고,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정치판사가 유죄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이철규·김한표, 더불어민주당 김철민·이재정 의원은 무죄가 확정됐다.

<김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