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미국 사상 최악 대통령"

  WP, 코로나19 부실대응 비판

보고 묵살해 대공황·전쟁 때보다 심한 경제·보건 위험 자초
"부시·카터 무능에 닉슨 부패 겸비남북전쟁 못 막은 뷰캐넌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비판이 미국 유력지에서 제기됐다.

역사학자이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맥스 부트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대응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단정했다.

부트는 코로나19가 미국 보건과 경제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이 역사적 수준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허물로 먼저 지적했다.

주간지 애틀랜틱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의 일자리 순손실이 900만개인데 반해 코로나19에 따른 최근 2주간 신규실업 청구건수가 1천만건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실업률이 13% 정도까지 치솟아 19291939년 대공황이 종식된 이후 80년 만에 최고라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1020만명이 숨진다면 매우 선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사망자 규모는 1945년 이후 미국의 모든 전쟁 사망자보다 많은 수준이다.

부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미국 역사를 통틀어 볼 때 가장 명확하게 예고됐으나 막아내지 못한 참사로 규정했다.

그는 "진주만 사태, 9·11 사태에 사전 경고가 있었다는 얘기는 결과론적인 것들이지만 이번에는 무슨 일이 닥치는지 파악하는 데 어떤 1급 기밀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트는 언론, 야당 정치인, 정부 관리들이 코로나19의 발병 초기인 올해 1월부터 쏟아내는 경종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묵살했다는 점을 중대한 실책으로 거론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공식 보고를 올해 11일에 처음 받았고 며칠 뒤 미국 정부기관들은 대통령 일일보고를 통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8일 알렉스 에이자 보건부 장관으로부터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나 이를 과장된 보고로 일축했다.

에이자 장관이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을 계속 보고하는 동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선거 유세 8차례, 골프 나들이 6차례를 강행했다.

WP"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심 때문에 공중에 심각한 혼란이 야기되고 보건 전문가들의 급박한 메시지가 부정당했다""이는 감염검사를 충분히 실시하고 보호장구와 산소호흡기를 비축하지 못하는 사태를 포함한 관료조직 대혼란까지 불렀다"고 지적했다.

부트는 미국과 달리 신속하게 대처한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당 4명인데 반해 미국은 25명으로 사망률이 6배나 높다는 점 등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를 대망신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 같은 대망신이 워낙 기념비적이라서 비교를 한다면 최근에 실패한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지미 카터가 러시모어산에 입성해도 될 지경"이라고 비난을 쏟아부었다.

러시모어산에는 미국에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조지 워싱턴(1732~1799), 토머스 제퍼슨(1743~1826),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 1919),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이 조각돼 있다.

부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한 정보기관 감찰관이 최근 해임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지미 카터의 무능과 리처드 닉슨의 부패를 겸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대뿐만 아니라 미국 초기까지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 필적할 최악의 대통령 후보는 미국 최대의 참변인 남북전쟁을 막지 못한 제임스 뷰캐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뷰캐넌이 최악의 실패자이기는 하지만 남북전쟁이 불가피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그 반면에 우리가 지금 직면한 재앙(코로나19 사태)에는 불가피한 게 전혀 없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부실대응을 재차 비판했다.


국민에 권고해놓고 마스크 안쓰는 트럼프TF 멤버도 안 써

미국 각지서 코로나19 정점 도래 예상 속 정작 대응 최전선에선 미착용

미 보건당국이 미국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백악관 태스크포스(TF) 멤버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이번 주 뉴욕과 뉴저지 등지부터 시작해 미국 각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피해의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응 최전선에 선 이들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 권고가 나온 것은 지난 3(현지시간)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갑론을박을 거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직물로 된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지침을 내린 것이다.

의료진을 위해 의료용 마스크는 남겨두고 스카프와 대형 손수건인 반다나 등을 포함해 코와 입 부분을 가릴 수 있는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CDC 권고를 직접 발표하면서 마스크를 쓰지는 않겠다고 했다.

일요일인 5일 브리핑에서도 기자가 마스크를 왜 쓰지 않는지를 묻자 "내가 당신 질문에 답변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면 좋겠냐. 좀 이상할 것 같다"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쓰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강제가 아닌) 권고"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매일 브리핑에 참석하는 TF 멤버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나타난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브리핑에 매일 같이 동참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면서 "마스크를 쓰는 주요 이유는 감염을 막는 것인데 어제 테스트를 받았고 음성이 나왔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각 부처 장관들도 돌아가며 브리핑에 참석하지만 마스크를 쓴 경우는 없었다.

브리핑룸이 꽤 작고 연단 역시 크지 않아 다닥다닥 서야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마당에 아무도 마스크를 집어 들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공개 행사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는 정상들이 적지 않다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210일 처음으로 관련 현장을 찾으면서 마스크를 썼다.

미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크 미착용을 파고 들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야 할 때는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트럼프)는 마스크를 쓴 자기 모습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과학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DC 권고 이후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부쩍 늘었다. 이전에는 마스크를 쓴 이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